[토요기획]베스트닥터 <6> 간암
서경석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오른쪽)가 3차원(3D) 복강경을 이용해 간암을 수술하고 있다. 3D 영상을 보기 위해 의료진 모두 특수안경을 쓰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간암 고위험군(40세 이상의 B형·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 간경화 환자)은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국가 암 검진 사업을 통해 고위험군 검진비용을 지원한다. 정기검진을 통해 간암을 조기 발견함으로써 사망률을 40% 정도 낮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간암의 경우 이미 간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수술이 불가능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의사들이 모여 팀 단위로 움직이는 ‘다학제 진료’가 보편화됐다. 베스트닥터 선정 과정에서도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수도권 5명, 비(非)수도권 1명 등 총 6명에서 3명은 외과, 3명은 내과였다.》
간암의 외과적 치료는 암에 걸린 간을 절제하는 방법과 외부로부터 간을 이식받는 방법으로 크게 나뉜다.
간은 재생 능력이 뛰어난 장기다. 정상적인 간이라면 70%까지 절제할 수 있다. 하지만 암 환자의 간은 많이 손상돼 재생력이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암이 2, 3기를 넘어서면 절제술은 시도할 수 없다. 절제술은 초기 환자, 즉 간암 환자의 15∼20%에게만 시도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이 보편적이다. 전통적인 개복 수술보다 출혈이 적고 회복 시간도 빠르다. 최근에는 3차원 영상을 보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깔끔하게 수술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 내과적 지식 갖춘 최고 외과의사
보통 간이식 수술은 간암 2기까지만 시행한다. 재발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재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 교수는 이런 생물학적 지표(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의 재발을 줄이는 의약품, 그중에서도 면역 조절과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에 기반을 둔 치료제의 임상시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 스승을 가르친 제자
요즘 조 교수는 간을 대신할 ‘인공 간’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와 관련한 의료기기를 개발했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공인도 받았다. 간, 그 자체가 아니라 간세포를 이식하는 ‘셀세러피’도 조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술법 찾아
원래 공학도가 꿈이었던 황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능하다. 1993년 전공의 시절 서울아산병원의 처방전달시스템(OCS)을 직접 설계하기도 했다. OCS는 처방전을 전산처리하는, 병원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다. 간 이식 수술에 본격적으로 나선 뒤로는 환자들의 경과를 추적해 분석한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술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황 교수는 연구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희귀 종양을 연구한 뒤 국제 저널에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발표한 학술 논문이 무려 340편이 넘는다.
내과 베스트닥터
내과의 전통적인 치료법은 항암 치료다. 항암제는 1세대(화학항암제)→2세대(표적항암제)→3세대(면역항암제)로 발전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쓰던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컸다. 2005년 바이엘의 ‘넥사바’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표적항암제 시대를 열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공격해 부작용이 적다. 다만 전이된 암에는 잘 듣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표적항암제가 진화 중이라는 점. ‘렌비마’ ‘스티바가’ ‘카보메틱스’ 등이 최근 선보여 치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10년대 이후 면역항암제가 등장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증강시켜 암세포를 공격한다. 1, 2세대의 약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약이 미국 BMS의 ‘옵디보’다. 옵디보는 이미 국내에서 피부암(흑색종)과 폐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고 간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 병과 싸울 ‘최신 무기’가 넉넉한 셈이다. 항암제 외에 내과 베스트닥터의 다른 치료법을 살펴본다.
○ 세계 최초로 간암 치료법 개발
한 교수는 국내 간암 치료의 선구자이자 1세대 의사로 통한다. 간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 한 교수는 세계 최초로 방사성 동위원소 홀미움을 투입해 간암을 파괴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2007년에는 개인별 데이터를 입력하면 간암 발생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간암예측모델(IPM)을 만들어 국제 특허를 획득했다.
한 교수는 요즘에도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느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대한간암연구회장, 아시아태평양간암연구회 공동의장 및 초대 회장,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 부작용 줄인 방사성색전술 도입
다른 병원과 마찬가지로 엄 교수 팀도 여러 치료법을 단독 혹은 병행 시행함으로써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이트륨을 주입해 간암을 치료하는 기술(방사성색전술)을 도입했다. 보통은 화학물질을 투입하는데 이를 고용량의 이트륨으로 바꾼 것. 이를 통해 발열, 통증 같은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였으며 1회 투여로 치료를 종료할 수 있었다고 엄 교수는 말했다. 고령자에게 좋은 치료법이지만 비용이 상당히 고가라는 게 단점이다.
엄 교수는 환자에게 ‘인간적인 의사’로 통한다. 투병을 게을리하는 환자에겐 호통을 치고 이러다 큰일 난다며 겁도 준다. 상태가 좋아지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비넥타이(보타이)를 매고 다녀 ‘친근한 아저씨’의 느낌을 준다. 대한간암학회장을 지냈다.
○ 정밀 면역 치료 분야 연구
현재 종양 면역 치료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앞으로는 환자 개개인의 면역 상태를 파악해 치료하는 정밀 면역치료법이 보편화할 것으로 생각되며 그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2016년 간 독성이 있는 진통제가 간경화 환자 10명 중 4명에게 처방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간 독성이 있는 진통제는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당시 조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재된 간경화 환자 12만5505명의 약 처방 기록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