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회 ‘19전20기’ 첫 우승
20일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개인 통산 첫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가 부상으로 받은 굴착기 위에서 밝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챔피언 퍼팅을 남겨둔 ‘골프 여제’의 얼굴에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상대를 압박한다고 해서 붙여진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도 이 순간만큼은 예외인 듯 보였다. 1m 파 퍼팅이 홀로 사라지자 비로소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10년 기다림 끝에 박인비(30)가 처음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에 섰다.
박인비는 20일 강원 춘천 라데나골프클럽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 결승에서 18번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김아림(23)을 1홀 차로 꺾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스무 살 때인 2008년 8월 하이원컵 SBS 채리티여자오픈에서 서희경에게 2타 뒤진 2위로 마친 것을 시작으로 20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KLPGA투어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10년 동안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9승(메이저 7승 포함)을 거뒀으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본(4승)과 유럽(1승)에서도 승수를 추가했지만 유독 국내에선 준우승만 6번 했을 뿐 정상과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나빴던 신체리듬을 극복한 박인비는 “너무 힘들었다. 후반 들어 우승 생각에 마음이 흔들려 첫 보기(16번홀)까지 나왔다. 지난해 준우승했던 대회에서 오랜 숙제를 해치운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은 1억7500만 원이다.
부상으로 3500만 원 상당의 굴착기 한 대를 받은 박인비는 “뜻깊은 선물이라 (굴착기를) 가족 농장(경북 영천)에서 쓰겠다”며 웃었다.
3, 4위전에서는 최은우가 이승현을 5홀 차로 눌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