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 구라모토 31일까지 순회공연
16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일본 음악가 유키 구라모토.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난 그는 “산도, 바다도, 강도 먼 곳에서 자랐다. 그래서 호수를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아온 것 같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 오후, 서울에 비가 내렸다.
뉴에이지 음악가 유키 구라모토(67)를 만난 종로구 호텔 라운지의 창밖으로 안개비 풍경이 호수처럼 다가왔다. ‘Romance’ ‘Lake Louise’의 투명하고 환상적인 선율로 이름난 구라모토는 올해 한국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한국시장에 처음 소개된 1998년 앨범 ‘회상(Reminiscence)’ 이후 구라모토 열기는 지금껏 식지 않았다. 모든 한국 공연이 매진됐고 음반은 150만 장 이상 팔렸다. 구라모토는 “한국 팬 여러분 덕에 건강하게 좋은 연주를 해왔다. 깊이 감사드린다”며 머리 숙여 인사부터 했다.
한국 데뷔 20년을 기념해 구라모토는 신작 제목을 아예 ‘회상2(Reminiscence II)’라 지었다(17일 발매). “인생을 돌아보되 새 출발을 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첫 곡 ‘Cordiality(진심)’는 사 장조이지만 검은 건반(파#)을 전혀 쓰지 않고 작곡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치밀한 구라모토 식 작법이다. 칠순을 앞둔 베테랑이 새로운 스타일에도 도전했다. “‘Beautiful Memories(추억은 주마등처럼)’는 ‘A-B-C-D-E-A-B-C…’의 형식으로 멜로디를 계속 변화시켜 주마등이 스치는 듯한 분위기를 냈습니다. ‘Whereabouts of Love(그리고 어떤 느낌으로 사랑은…)’는 사랑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 꽃잎이 떨어지는 장면을 하향 진행의 선율로 표현했고요. 기존 곡들에 비하면 좀 낯설 수 있지만 들을수록 맛을 느끼실 거라 믿습니다.”
구라모토는 “계산과 작곡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면서 “인간이 연주를 하고 인간이 듣는다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애수 어린 선율을 뽑아내는 구라모토이지만 “내 일상은 회사원 같다”며 웃었다. “오늘처럼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작곡, 편곡에 몰두합니다. 제게는 평범한 보통의 일입니다.”
구라모토는 먼 훗날 자신의 장례식장에 자신의 음악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음악을 하고 있거든요.”
유키 구라모토의 순회공연 ‘Beautiful Memories’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4만∼10만 원)에 이어 부산, 울산, 경남 창원, 경기 부천, 서울 노원구로 31일까지 이어진다. 1544-1555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