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힘겨루기]美시간 토요일밤에 이례적 통화
11일만에 또… 20분간 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 20분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왜 강경 일변도로 돌아섰는지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북한의 요구에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물밑에서 북-미 양측에 ‘수위 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중재를 위해 21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 靑, “北 요구에 입장 없다”
북한이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요구에 대해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미 모두 싱가포르 담판을 무산시킬 의도는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백악관과 평양 모두 싱가포르 담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각종 요구들도 북한 내 일부의 목소리이거나 대미 협상을 앞둔 전략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처음에는 백악관을 겨냥했다가 별 반응이 없자 한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는 만큼, 우리가 굳이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최초 김계관 외무성 제1부장 명의의 담화로 백악관에 기 싸움을 걸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다음 수순으로 청와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회담장에 나올 것”… 트럼프 달래는 文
일단 청와대는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미 양쪽 어디라도 자극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이 더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을 다시 한 번 전달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 가지 반응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두 정상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무리한 요구들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핵 담판을 앞두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응’ 중 일부라는 인식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한국 취재진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참관에 나서게 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첫 단계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무산되거나, 북한이 한국 취재진을 초청하지 않는다면 삽시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