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이던 북-미 정상회담 전망이 회담을 약 3주 앞두고 북한의 강경한 태도로 어두워지자 백악관 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모두가 내가 노벨평화상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정치적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호언장담했던 ‘선(先) 핵 포기-후(後) 보상’을 통한 ‘완전한 비핵화(CVID)’를 북한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자 정상회담이 ‘망신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회담을 강행하는 것이 현명한지 측근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北의 강경한 태도에 당황한 백악관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16일) 북한 측 수석 협상가(김계관)의 (미국의 경제적 보상과 자신들의 핵무기를 맞바꾸지 않겠다는) 성명문 발표에 놀랐을 뿐 아니라 화가 났다”며 “회담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참모들에게 질문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냉정’을 주문하고 있다. 익명의 고위 당국자는 2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의 최근 태도는 문 대통령이 묘사했던 것과는 꽤나 달라 보인다”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북한과의) 조율과제가 남은 것이 사실이다. 시간이 있긴 하지만 많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이) 회담장에서 아직 나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북한)은 비핵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환희가 있었지만 이제 현실감각을 찾을 때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불안감 고조에도 회담이 취소될 거란 정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선발대는 현재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NYT도 “대통령이 회담에서 발을 뺄 거라는 신호는 없다”고 보도했다.
● 北 비판에도 아랑곳 않는 볼턴… 트럼프 ‘패싱’ 관측도
북한의 비핵화는 ‘북한 핵무기를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리비아식 해법’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가 북한의 비난을 받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랑곳 않고 백악관 내 ‘회의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볼턴 보좌관은 동료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왔다”며 “(최근에도)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의 오랜 믿음을 다시금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컸던 나머지 준비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세부사항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핵물질 처리 기술이나 미사일 프로그램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지 않아왔다”고 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