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시작 1시간뒤 “면접 보자”… 드루킹측 “우연의 일치로 볼수 있나”
도 변호사, 민정 전화 일주일뒤 靑 연풍문 2층서 백원우와 만나
靑 “백원우, 드루킹 구속 모르고 만났다”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여론 조작 본거지였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의 출입문이 지난달 22일 굳게 잠겨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최측근 A 씨는 김 씨의 출판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과 김 씨의 인사 청탁 대상자에 대한 청와대의 면담 약속이 같은 시점에 이뤄진 데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올 3월 21일 오전 9시 김 씨가 만든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본거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경찰이 압수수색하기 시작했고,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경 김 씨가 김경수 전 의원에게 주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가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또 3월 21일 압수수색 직후 김 씨 등 경공모 회원 일부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 씨는 “김 씨가 폭로 시한으로 통보한 20일까지 김 전 의원으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자 조마조마해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압수수색이 들이닥쳤다”며 “청와대의 작품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씨의 출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됐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이지 청와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물론 경찰의 압수수색과 백 비서관의 도 변호사에 대한 전화 연락이 우연히 동시에 이뤄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 변호사는 백 비서관의 전화를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연풍문 2층에서 백 비서관과 단둘이 만났다. 두 사람의 면담에서 오간 대화 내용에 대한 청와대와 도 변호사의 설명은 엇갈렸다.
A 씨는 “만약 진상 조사였다면 사람들이 많은 청와대 연풍문에서 했을 리가 있겠느냐. 도 변호사는 백 비서관과 면담 약속을 잡기 위한 통화를 할 때 ‘면접’이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두 사람이 만난 시기를 ‘3월 초순→3월 중순→3월 말’로 바꾼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김 씨는 3월 25일 경찰에 구속됐다. A 씨는 “김 씨 구속 이후에 만났다는 게 알려지길 꺼려 처음에 ‘3월 초’라고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날 때 김 씨의 구속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배준우 기자 jjoo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