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문, 우리가 연다]<2> ‘패스 마스터’ 기성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기성용(29)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꿈꾸는 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했다. 21일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이 열린 서울광장에서 만난 그는 “대표팀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경기를 해보지도 않았는데 기죽을 필요 없다. 프로 선수의 자존심이 있는 만큼 강호들과 한번 부딪쳐 보겠다는 각오로 월드컵을 즐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정식에서 주장다운 듬직한 모습을 보여준 그이지만 가족들에게는 주장으로서의 걱정도 털어놨다고 한다. 전날 기성용과 점심식사를 한 기 단장은 “성용이가 권창훈(디종)의 부상 소식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20일 프랑스 리그1 경기에서 아킬레스힘줄을 다쳐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기성용은 영국에서 생활할 때도 스마트폰 검색 등을 통해 대표팀 동료들이 뛴 경기의 결과와 몸 상태 등을 체크하는 등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했다. 기성용은 “동료들이 부상을 당하는 것은 주장으로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자들의 몫까지 한 발 더 뛰겠다. 이승우(20·베로나) 등 새롭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은 우리 팀에 긍정적인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통해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기성용은 어느덧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을 앞둔 베테랑이 됐다. 그는 A매치 99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그동안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래서일까. 부상자의 대표팀 이탈 등 악조건 속에서도 기성용은 ‘통쾌한 반란’을 일으켜보고 싶다고 했다.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저력을 낼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잖아요.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 16강에 꼭 가겠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자신 있어요.”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