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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中, 한미의 北 비핵화 압박 체제에 또 구멍 낼 셈인가

입력 | 2018-05-23 00: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트위터 글에서 “최근 북-중 국경에 훨씬 더 많은 구멍이 생기고 더 많이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중국의 대북제재 이탈 움직임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북한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러나 오로지 (합의에) 서명한 이후에!”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비핵화 합의 때까지는 국경 통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경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를 위협하며 태도를 바꾼 데 대해 김정은의 2차 중국 방문을 거론하며 ‘시진핑 배후설’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은 그동안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북한 비핵화에 장애물이었다는 오랜 오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밝히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것은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과 제재’에 동참한 데 따른 결과였다. 그런 중국이 최근 다시 북-중 간 교류를 늘리며 북한을 달래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해오던 미-중 실무회의가 올해부터 중단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국의 기류 변화에 발맞춰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철회 카드를 흔들며 강경 자세로 돌변했다. 중국이 이런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꼬드겼거나 적어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 철회하고 우리 기자단의 핵실험장 폐쇄 취재를 거부하는 등 관계를 급랭시키며 내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도록 조언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군이나 전략자산 전개 같은 미군 군사력의 전진 배치에 오히려 북한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중국이다. 동북아시아의 미-중 패권 대결 구도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식 대북 압박과 회유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의 비핵화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태도 돌변은 대북제재를 둘러싼 미-중 간 불신은 물론이고 한미 간 공조에도 의문을 낳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북한으로선 이간책이 먹혔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경고한 대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김정은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중국도 북한에 그 어떤 제대로 된 보상을 해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국도 북한의 딴 생각을 부추기거나 그렇게 의심받을 행동을 철저히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