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카본-세라믹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과 포르셰 ‘911’에 들어가는 세라믹 복합소재 브레이크. 열에 강하고 가벼우며 제동력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
석동빈 기자
브레이크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엔진은 강하지만 브레이크가 약한 자동차와 그 반대인 자동차가 서킷에서 장거리 경주를 하면 브레이크가 우수한 차가 결국엔 승리를 거둔다.
브레이크는 과열되면 제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계치 이상으로 혹사시키면 마찰재인 패드가 아예 떨어져 나가거나 브레이크에 힘을 전달하는 액체가 끓어올라 완전히 제동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실제로 기자는 2010년 출전한 자동차경주에서 레이싱카의 전륜 브레이크 패드가 떨어져 나가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엔진의 출력이 아무리 높아도 브레이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레이서들은 차체,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자동차의 핵심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고르라면 서슴없이 브레이크를 꼽는다.
이처럼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는 엔진만큼이나 중요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브레이크의 성능이나 감성까지 꼼꼼히 따지지는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동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제원표에도 브레이크의 성능은 따로 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자동차를 고를 때 브레이크 성능이 뛰어난 차를 고르면 대체로 기계적인 측면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낮다.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 투자를 많이 했다면 자동차의 전체적인 기계적 완성도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브레이크가 좋을까. 강력한 제동력과 미세조절이 가능한 부드러움, 저소음, 적은 분진, 내구성, 저비용 등이 요구된다. 아쉽게도 이 조건들은 상충하는 경우가 많아 자동차회사는 고민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우토반에서 시속 250km의 주행을 염두에 두고 자동차를 설계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성능이 대단히 뛰어나다. 그 대신 디스크와 패드의 소모가 심해 일반 브랜드보다 자주 교체해야 한다. 한 대분 패드 교체에 보통 50만 원이 들어가는데, 패드 교체 3회마다 디스크도 함께 갈아야 한다. 이때 가격은 150만 원 정도가 필요하며 고성능 모델은 3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또 고성능 브레이크는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며, 패드와 디스크가 마찰되면서 나오는 분진도 엄청나다. 독일 브랜드 자동차는 자주 세차하지 않으면 휠이 쉽게 새카맣게 오염되는 이유다. 그만큼 많은 미세먼지도 내뿜는다. 자동차가 만드는 미세먼지의 절반은 타이어와 브레이크에서 나온다.
초고성능 자동차에 들어가는 특별한 브레이크 시스템도 있다. 열에 강한 카본과 세라믹 복합소재로 디스크를 만들고 캘리퍼 같은 무거운 브레이크 부품도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다. 이런 초고성능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뛰어난 동시에 가볍고 분진도 적지만 가격이 1000만∼2000만 원에 이른다. 일반 소형차 1대 값이다.
일반 브랜드의 브레이크 유지비용은 독일 브랜드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브레이크 성능이 여유롭지 않아 고속주행이나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면 정지거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버리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그 대신 내구성이 좋고 분진과 소음이 적어 평범하게 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겐 안성맞춤이다.
단순해 보이는 브레이크는 세팅이 생각보다 복잡하다. 제동력은 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어떤 그래프 모양으로 나오도록 할 것인지, 전륜과 후륜의 브레이크 밸런스는 어떤 성향으로 맞출 것인지, 여기에 더해 타이어와의 궁합도 찾아야 할 문제다. 부드럽게 정지하려면 정차 직전 자동변속기의 동력 전달을 크게 줄이는 기술도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최근 브레이크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속도 에너지를 마찰을 통한 열로 전환하는 게 전통적인 브레이크의 역할이었다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 감속할 때 구동축에 연결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회생제동으로 브레이크의 일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버려지는 에너지로 충전을 하고 브레이크를 적게 사용해 미세먼지도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