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트럼프 정상회담]北, 한국 빼고 ‘풍계리 이벤트’ 시작
○ 영국 취재진 “방사선량 측정계 압수당해”
영국 스카이뉴스 톰 체셔 아시아 특파원은 22일 오후 원산 도착 후 “(숙소인) 호텔에서 오찬 메뉴로 스테이크와 상어지느러미 수프, 자라튀김, 퐁뒤 등이 포함된 (뷔페식이) 제공됐다”며 “큰 홀에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 바이올린 연주가 흘러나왔다. ‘기괴한 잔치’였다”고 전했다. 체셔 특파원은 이어 “북한 당국자는 (현지) 법률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며 “한 기자는 (당국자 설명에) ‘충분하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북측이 원산공항에서 “실험장은 안전하니 (방사선량 측정계가) 필요 없을 것”이라며 방사선량 측정계와 위성전화기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 한국 언론만 빼며 ‘한반도 운전석’ 노린 듯
김정은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한 뒤 우리 기자들을 향해 “잘 연출됐습니까?”라고 물어 장내에서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 우리 언론과 첫 접촉인데도 거부감 없는 모습을 보인 것. 하지만 북한은 15일 “통신과 방송 1개사 4명씩 총 8명을 초청한다”고 알려 왔지만 22일 우리 기자단 명단 수령을 거부했고 베이징까지 간 취재진을 원산행 고려항공 전세기에 태우지 않았다.
북한이 풍계리 폐기 이벤트란 ‘국제적 약속’은 이행하면서도 한국 초청이란 ‘남북 간 약속’을 어긴 것은 결국 남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을 압박하며 북-미 간 중재 역할 강화를 유도하거나 대미 불만을 한국에 쏟아내며 미국을 간접 압박하겠다는 것. 총련계 조선신보는 22일 “조미(북-미) 대화에서 진전이 이루어지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사태도 저절로 해소되리라고는 볼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