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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사업 금융지원 등 대북 프로젝트 재정비 나선 은행들

입력 | 2018-05-24 03:00:00

[시동 거는 남북경협]
우리銀, 개성공단 재입점 준비… 9개 부서 참여해 TF 꾸려
신한지주, 계열사 협의체 구성… 학계와 北경제 공동연구 나서
KEB하나, 준비단 5월중 신설… IBK기업, 전담조직 확대 개편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사업을 준비하는 은행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비핵화 해법을 둘러싸고 난기류가 흐르기도 했지만 22일(현지 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대북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수년간 묵혀놨던 대북 사업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남북 경협과 관련된 별도의 연구조직을 만들거나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은행도 늘고 있다.

○ 우리은행, 개성공단 재입점 추진

시중은행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9일 ‘남북 금융협력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7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 조직에는 개인영업전략부, 글로벌영업지원부, 중소기업전략부, 외환사업부, 프로젝트금융부 등 관련 부서 9곳의 직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대북제재가 풀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개성공단 재입점을 추진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2004년 개성공단이 조성될 때 국내 은행 최초로 개성공단에 영업점을 개설했다. 123개 입주 기업과 주재 직원들에게 대출, 환전, 송금, 급여 지급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부터는 서울 중구 소공로에 있는 우리은행 본점 건물에 임시 영업점을 열고 입주 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개성공단 내 제조시설만 활용하지 못할 뿐이지 한국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대출, 송금 등 전반적인 금융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거나 북한 내 철도,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진행되면 신디케이트론(여러 은행이 은행단을 구성해 내주는 중장기 대출) 같은 금융 지원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등 민간 교류사업이 진행되면 환전소나 이동 점포를 운영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9∼2015년 네 차례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을 위해 임시 환전소를 운영한 적이 있다. 이 밖에 북한 내 학교와 병원 등 노후시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금융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 금강산 관광 재개 대비 사업 구상 박차

다른 시중은행도 잇달아 대북사업 검토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중 지주사를 중심으로 은행, 카드사 등 각 계열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학계 및 연구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북한 경제를 연구하고, 대북 인프라 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2006년부터 직원들의 자발적 학습조직인 ‘북한연구회(COP)’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중국 조선족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지원 사업도 한다. 올 9월에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 지역에서 도서관을 열 계획이다. 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진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사회공헌 사업이다.

신한은행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금강산 나무에 이름표를 걸어주는 수목 표찰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대아산에 신한은행 이미지를 입힌 ‘통일 지원버스’를 기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대북사업 준비를 전담할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을 이르면 이달 중 신설한다. 준비단은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연구하고 북-미 관계 변화 및 정부 정책 방향과 연계해 추진 가능한 대북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또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여신, 외국환 서비스를 지원하거나 문화, 체육 등의 분야에서 남북 교류 지원, 남북 경제금융 세미나 개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프라 사업 투자와 대북 투자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도 대북사업과 관련해 연구와 자문, 운용 등 3개 분야로 나눠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IBK통일준비위원회’를 ‘IBK남북경협지원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남북 경협이 재개되면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공조하고 중소기업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지점을 설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 내에 ‘북한경제연구센터’도 신설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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