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협상]백악관, 연기론 혼선속 회담 준비
석달만에 다시 만난 이방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방카는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해 문 대통령을 접견한 바 있다. 워싱턴=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현재 미 정부 실무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관없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상정해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혀놓고도 지금은 북한이 다른 쟁점을 문제 삼아 북-미 회담 취소를 협박하고 있지만 앞으로 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핵화로 이어진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싱가포르행 동선과 관련해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다음 달 8, 9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어디로 향하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이 퀘벡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왔다가 싱가포르로 떠날 경우 총 비행시간은 20시간을 훌쩍 넘기게 된다. 퀘벡에서 워싱턴까지 약 2시간 30분, 워싱턴에서 싱가포르까지는 약 19시간이 걸린다. 미 동부-싱가포르 직항노선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거리 노선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2일(현지 시간) 국무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여전히 6월 12일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두 차례나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연기 가능성 언급과는 상관없이 예정대로 회담을 준비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기반을 닦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실무진이 싱가포르에서 실무접촉을 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국가안보부보좌관이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의 의제와 의전 사항 등에 대해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WP에 “고위 참모들이 이번 주말 북한 관리들과 중요한 기획회의를 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비슷한 종류의 회의가 2주 전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북측 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며 다시 시도되는 접촉이라고 전했다.
WP는 “북한 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행기가 북한-싱가포르 왕복 비행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장거리 여행으로 인해 군사 쿠데타 등의 위협에 노출되는 건 아닌지도 우려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