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루소, 꿈, 1910년.
22년간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다 49세 때 전업 작가가 된 앙리 루소다. 그는 직장을 다니던 1886년부터 ‘앙데팡당’전에 거의 해마다 출품했지만 좋은 반응은커녕 ‘두아니에(세관원)’가 그린 그림이라며 비웃음만 사기 일쑤였다. 오직 피카소를 비롯한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미술을 배운 적 없는 루소의 그림은 색채나 비례, 원근법 표현에는 서툴렀지만 순수하고 특이했다.
루소에게 명성을 안겨 준 건 정글 그림이었다. 총 26점의 정글 그림 중 ‘꿈’이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고 크기도 가장 크다. 이국적인 정글의 환상적인 모습이 독특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사실 루소는 정글은 물론이고 프랑스 밖 어디도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사실적인 풍경화가 아니라 상상화인 것이다.
루소는 사후에 피카소와 레제, 베크만 등 20세기 미술계뿐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계에까지 영향을 준 최고의 예술 거장 반열에 올랐다.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라는 칭송도 받게 됐다. 그림을 한 번도 배운 적 없어서 오히려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척한 루소. 예술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한 화가였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