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50대, 화학무기 제작 관여 김정남 사망원인도 경찰보다 먼저 맞혀 美교수, 14차례 면회해 공동 집필
1995년 옴진리교에 의한 지하철 사린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나카가와 도모마사(中川智正·55) 사형수가 미국의 독물연구 세계적 권위자와 함께 집필한 화학무기 신경작용제 ‘VX’ 관련 논문이 일본법중독학회 학술지 전자판에 게재됐다. 2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복역 중인 사형수가 집필한 논문이 학술전문지에 게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공동 집필자는 대만 출신의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명예교수 앤서니 투 씨(88). 생물무기와 화학무기 등에 정통한 학자다. 2011년 12월 이후 연구 목적으로 14차례에 걸쳐 나카가와 사형수가 복역 중이던 도쿄와 히로시마(廣島) 등지를 찾아 그와 면회해 왔다.
논문은 영어로 작성됐다. 제목은 ‘VX에 의한 살인―일본의 옴진리교와 말레이시아의 김정남 암살’. 논문에서는 1994년 옴진리교단이 오사카(大阪)에서 일으킨 VX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살인 사건을 일본 수사당국이 어떤 과학수사로 입증해 냈는지 등이 설명돼 있다. 또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도 고증했다. 습격을 담당한 두 여성의 의복 등에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채취한 화학물질을 분석해 VX의 전구물질을 김정남 얼굴에서 혼합하는 ‘바이너리 시스템’이란 방식으로 VX를 합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나카가와 사형수는 의사 출신으로 옴진리교에 빠져 VX 등 대량 화학무기 제작에 관여했다. 지난해 2월 김정남 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경찰당국이 VX에 의한 살해라는 것을 밝혀내기 전에 투 교수에게 “정황을 볼 때 VX에 의한 살해”라고 지적한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