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트레이닝센터 가보니
지난달 부산 중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현대상선 트레이닝센터. 정동철 트레이닝센터장은 “여기 오면 모의 조종 훈련 장비는 꼭 봐야 한다”며 기자를 어두컴컴한 ‘브리지 룸’으로 데려갔다. 실제 선박의 브리지(선교·조종실)를 똑같이 옮겨놓은 공간이다. 대형 스크린에는 바다와 항구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선원들이 실제 승선에 앞서 배를 운항해 보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하는 곳이다. 기자도 조타기를 직접 잡고 훈련을 해봤다. 교관인 현대상선 교육훈련팀 이인길 교수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항구가 실제 부산신항을 옮겨놓은 것이다. 파도가 치고 비가 오는 날 안전하게 항구로 들어가는 훈련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잔잔했던 바다에서 높이 3m의 파도가 치고 강한 빗줄기가 내리는 바다로 바뀌었다. 모의 조종 훈련 장비는 세계 43개국의 주요 항구와 항로를 구현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파고, 풍속, 날씨 상태도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다. 기상 상태가 급변하는 바다 상황에 따라 운항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바다 상황을 구현하고 있는 현대상선 트레이닝센터의 모의 조종 훈련 장비 모습. 실제 선박과 똑같은 브리지(조종실)에서 날씨 상태에 따른 운항 훈련을 할 수 있다. 부산=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이 교수는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멀리 있는 빙하를 보고도 피하지 못해 빙하와 충돌하는 장면이 나온다. 운항 중에 눈으로 장애물이 보이면 이미 사고 위험이 높아진 상태인 만큼 훈련을 통해 순간적인 대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최악의 기상 상황을 마주한 경우를 상상해 보니 훈련 경험이 얼마나 중요할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교수는 “선장 시절 폭풍을 만난 적이 있는데 최고 속력으로 배를 몰아도 바람을 못 이겨 배가 뒤로 밀리더라. 훈련을 한 덕분에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긴급 상황에서 구명보트 사용 방법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 장비의 모습.
정 센터장은 “국가에서 정해준 승선 교육만 이수해도 배에 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 훈련센터를 만들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트레이닝센터가 해양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한다. 공인된 교육만 받고 승선을 한 뒤 도제식 교육을 주로 받았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원 교육 등을 통한 인력 관리는 해운회사의 수익과 직결되기도 한다. 영국의 해사연안경비청(MCA)은 2010년 30년 동안 해운업체의 수익 및 회계에 영향을 준 요인을 조사했는데, 선박 장비뿐만 아니라 교육 훈련 등 인력 관리에 투자할수록 사고 위험이 줄고 조직 효율성도 높아져 회사 수익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한 전직 한진해운 선장은 “해양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만큼 돌발 상황을 많이 겪어봐야 한다. 훈련은 하고 또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보이지 않는 중요한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