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역대 최악]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 그에 따른 부작용이 확인된 만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물가 오르는데 저소득층 수입은 감소

정부는 하위 20% 소득계층에 속하는 사람 중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20∼30%에 불과한 70세 이상 고령층이 대폭 늘면서 저소득층의 수입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도·소매업과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줄어 수입 격감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올 1분기 이례적으로 증가한 70대 고령층 인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됐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고용원이 없는 음식·숙박업 자영업자 등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1분위 소득 급감으로 이어졌다”며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 저소득층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집값을 잡는 데 치중해온 정책의 영향으로 건설업이 위축된 측면이 있는 만큼 부동산정책의 나비효과가 양극화를 키운 셈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건설업이 구조조정 영향에 들어오자 지방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산업생태계를 재구성하고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 소득 하위 근로자들에게 큰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임금 무차별 인상 대신 빈곤층 선별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이 비판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일자리 감소는 단순히 기저효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당장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려면 일하는 사람에게 지원금을 주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 중에는 실제 빈곤 가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만큼 저소득 가구를 선별해서 지원금을 주면 분배 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중 70% 정도가 중산층에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고용이 부진한 음식업과 도·소매업도 경기가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근로자에게 초점을 둔 지원책 대신 기업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최혜령·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