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6월 정상회담 취소]北-美 사이 무슨 일이
김정은과 두 차례 만나며 북-미 정상회담을 실무 총괄지휘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공개편지를 태연히 읽으며 취소 배경을 비교적 담담하게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의원들에게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는 우리의 반복된 요청에 북한이 대답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무성의한 태도가 정상회담 취소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약 2주 전 북한 측이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실무회담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북-미 정상회담의 디테일을 조율하기 위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놓고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회담 직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99.9%”라고 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싱가포르 회담 안 할 수도 있다”며 처음으로 북-미 회담 취소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청와대는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싱가포르 담판의 성사를 확신했다고 한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배석했던 정 실장 등 우리 측 참모들도 “만족할 만한 회담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의도는 예정에 없던 돌발 기자회견에 담겨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체제 보장 등을 담보하면서도 처음으로 북-미 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청와대는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취소 서한을 보내면서 외교가를 중심으로 “결국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돌발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 통첩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초 청와대와 백악관은 단독 정상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미국 내부 이슈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을 우려한 백악관이 난색을 표하면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