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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정원 산하기관 사표… 여권 비판 부담된 듯

입력 | 2018-05-25 03:00:00

[美, 北과 6월 정상회담 취소]北 “南당국 특단조치” 요구 나흘만에
안보전략硏, 사표제출 당일 수리
태영호 “남북관계 걸림돌 될것 같아… 더 자유로운 활동 위해 물러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사퇴했다. 북한이 최근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자서전을 내고 김정은을 비판한 태 전 공사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한 지 나흘 만이다. 태 전 공사는 “100% 자발적인 사의 표명”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면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처럼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연구원과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전날 저녁 연구원을 찾아 지난해 1월부터 맡고 있던 비상임 자문연구위원직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구두로 밝힌 데 이어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연구원은 당일 사직을 처리했다.

태 전 공사는 사직 이유에 대해 “최근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는 등) 남북 관계가 막힌 게 나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남북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태 전 공사가 김정은을 비판하자, 북한은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웠다”며 태 전 공사를 맹비난했다. 이어 19일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남조선 당국은 사태가 더 험악하게 번지기 전에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태 전 공사는 연구원에 “더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그만둬야겠다. 언젠가는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연구원이나 정부에 부담을 덜어주고, 개인적인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연구원은 “태 전 공사가 자신 의사를 밝힌 것이지 압박은 없었다. 사표 수리도 본부(국정원) 문의 후 처리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24일 새벽 언론 인터뷰에서 “왜 사직하게 됐는지는 차후 남북 관계가 평가할 것”이라며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남북 관계가 대화 기조로 급변한 후 태 전 공사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특히 북한이 한미 공군훈련인 ‘맥스선더’와 태 전 공사의 대외 활동을 문제 삼아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뒤 여권에서 태 전 공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경협 의원은 17일 “(태 전 공사가) 북한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내질렀다”고 했고,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근거 없는 발언으로 남북 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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