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회담’ 취소 하루만에 반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전날 취소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논의하고 있다. 심지어 (원래 예정대로) 다음 달 12일에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담 취소 선언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 의지를 밝히자, 취소한 지 하루도 안 되는 약 23시간 만에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을 밝힌 것. 북-미 정상이 하루 만에 대화 궤도로 재진입하려는 의사를 주고받으면서 벼랑 끝에 섰던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이 극적으로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회담을 무척 원하고 있다. 우리도 회담을 갖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대화를 놓고 북-미) 모두가 게임을 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있을지 지켜보자. 회담은 심지어 12일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warm and productive) 담화를 받은 것은 아주 좋은 뉴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담화가 상황을 어디로 이끌지 지켜보자. 바라건대 장구한 평화와 번영이 되길”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이 직접 나서 상대를 향한 유화 메시지를 던지면서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북-미 회담 재개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북한의 담화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발표 및 군사적 옵션 검토 발언 후 6시간 반 뒤에 나왔고, 트럼프 트윗은 담화 후 14시간 만에 나왔다. 북-미가 하루 종일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대화 복원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등 양국 정상의 위임을 받은 고위급 인사들이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날 선 신경전으로 북-미 간 상호 불신을 확인하는 등 살얼음 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회담 재개에는 여전히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주 초 수십 가지의 추가 대북제재 실행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