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태풍을 먼저 살펴보자. 태풍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2017년 미국과 서인도제도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어마’, ‘마리아’는 수많은 사상자와 최악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가장 많은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기상 현상이 태풍이다. 이렇게 날씨 중 가장 큰 재앙이라 할 수 있는 태풍도 좋은 점이 있다. 지구의 남북 간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해 주는 큰일을 한다. 1994년에 태풍 ‘더그’는 영호남 지방의 극심했던 가뭄 해갈에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여름이면 발생하는 남해의 적조 현상을 태풍이 단 번에 해결해 주기도 한다.
두 번째로 황사를 보자. 황사는 건강과 산업에 큰 피해를 준다. 2012년 3월 짙은 황사가 발생했을 때 산업체가 받은 영향은 엄청났다. 반도체, 항공기 등 정밀기계 작동에 문제를 일으켜 많은 손해를 입었다. 건설현장마다 인부들의 결근율이 30%에 달했다.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사업체는 생산 공장의 공기정화기를 100% 가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량품이 증대하였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황사가 이로운 점도 있다. 황사가 많은 해에는 산림의 송충이 피해가 줄어들고 적조 현상도 크게 줄어든다. 사하라 사막의 모래먼지가 아마존 열대우림에 크게 도움이 될 정도로 황사는 토지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예쁜 짓도 한다.
산업과 경제, 환경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준다. 반도체와 항공, 광학기계 등 정밀기술의 불량률을 상승시킨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해 유통업, 레저산업 등의 매출이 줄어든다. 광합성을 방해해 농작물의 생육에 장애를 가져오고, 미세먼지로 강산성이 된 빗물이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된 유적들을 심각하게 부식시키기도 한다. 아무리 이리저리 둘러봐도 미세먼지만은 하나도 예쁜 게 없는 애물단지다. 그래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정말 필요한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