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를 중심으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면서 최근 ‘펜스룰’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에 빗댄 ‘펜스룰’은 아예 여성과의 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남교사들은 “학생과 가깝게 지내려다 서로 불편해지느니 안전거리를 유지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년 간 고교에서 근무한 교사 조 모씨(58)는 “여고생 신체는 어른처럼 성숙하지만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다. 시선 처리도 조심하게 된다”며 “요즘은 아예 교실 뒤편 시계를 보고 수업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선을 잘못 주게 되면 여학생에게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 서울 B여고 교장 역시 등교하는 여학생 어깨를 치며 격려했더니 눈을 흘기고 얼굴을 찌푸려 크게 당황했던 경험을 겪었다. B여고 교장은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니 등교 지도할 때 말 한 마디에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서울 E여고는 올해 초 진행한 음악 기간제 교사 채용에서 여성 지원자를 선발했다. 건반악기를 담당할 교사였다. E여고 교장은 “악기를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의 신체를 만지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어 여교사를 선발했다”며 “남성을 뽑고 싶어도 여고라 더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 말했다. E여고는 무용을 가르치는 체육교사도 여성이다.
교육현장에서 ‘펜스룰’이 생겨나는 현상을 두고 “사회 변화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는 사회화 기관인데 ‘펜스룰’은 학교에서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할 수 없도록 막는다”고 말했다. 서울 F여고 교장은 “현실적으로도 학생생활 지도를 하다 보면 사생활 보호를 위해 1대1로 만나야 하는 상황이 있다”며 “여학생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남자와 여자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교사와 학생이 사제간에 지켜야 할 선을 정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