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4회 이상 국고지원금을 받은 96개 단체 중 40곳이 문재인 정부에서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자료를 토대로 지원 대상이 된 시민단체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올 3월 지원이 끊긴 단체들은 대부분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있거나 한미동맹, 군사·안보 등을 강조하는 우파 단체였다. 이전 정부 5년간 한 번도 보조금을 못 받다가 새로 지원을 받은 40개 단체는 대체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나 현 여권 인사와 연결된 친여 단체로 드러났다.
행안부는 “올해 심사에서 사업 내용에 대한 비중을 지난해보다 높였다”며 공정한 선정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성향에 맞는 사업에 보조금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배제함으로써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 못지않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게 쌓이면 적폐가 된다. ‘박근혜 청와대’는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야권에서 “또 다른 화이트리스트”라고 비판하는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비정부기구(NGO)인 시민단체가 정작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현실은 문제다. 그럼에도 자립 기반을 갖출 때까지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지원 틀을 확 바꿔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선정 기준을 만들고, 정치적 중립을 담보하는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