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6>생활도로 속도관리 사각지대
○ 사고는 못 피해도 사망은 피할 수 있다
교통량이 줄어드는 밤이면 이곳의 제한속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시속 40km는 최저속도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횡단보도 3곳 중 2곳은 신호등이 없다. 120m 간격을 두고 스쿨존 2곳이 있다 보니 제한속도가 시속 30km와 40km를 ‘널뛰기’한다. 운전자가 정확한 제한속도를 알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속도 관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민 이수정 씨(29·여)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다 보니 밤에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을 피해 길을 건너는 게 어렵고 무섭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도시의 속도 정책은 보행자보다 차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진황도로 같은 도로는 보행자 통행이 잦은 생활도로다. 주거지역이라 어린이와 고령자 등 교통약자의 통행이 잦다. 이 같은 보행안전 사각지대는 진황도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주간에는 교통 정체와 신호 지체로 인해 차량의 통행 속도가 낮아진다. 반면 야간에는 교통량이 적어 평균 통행 속도와 과속 차량 비율이 높아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2016년 전체 보행 사망자 중 62%인 1062명이 야간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54%는 차도 폭 9m 미만 도로에서 숨졌다.
○ ‘안전속도 5030’ 본격 추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진황도로에서 차들 사이로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길이 484m인 진황도로 둔촌동 구간에는 제한최고속도 시속 30km인 어린이 보호구역과, 40km구간이 혼재해 차들의 저속 운행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반대로 속도를 시속 10km만 줄여도 보행자를 살릴 가능성은 커진다. 지난해 캐나다 위니펙시 경찰의 차량 속도별 제동거리 실험 결과 시속 60km로 달리던 승용차의 제동거리는 27m. 반면 시속 50km에서는 18m에 그쳤다.
한국도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시의 차량 속도를 줄이는 정책을 전면 추진하고 있다. 시속 60km이던 도심 간선도로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50km으로, 생활도로는 시속 30km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이르면 연말 개정해 도시지역 도로 기본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춘다. 진황도로의 사례에서 드러난 속도 관리 정책의 허점도 개선한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12월까지 도시 도로 설계 및 속도 하향에 관한 통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병호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처장은 “차로 수를 줄이거나 과속 방지 시설을 마련하는 등 속도를 자연스레 줄일 수 있는 도로 설계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광주=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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