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7회초 타석에 들어서는 신준우(2학년·사진)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7-1로 앞서던 2사 2루 상황. 신준우의 ‘한 방’이면 콜드승(7, 8회 7점 차 이상)도 노려 볼 만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3안타를 때린 신준우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손 감독의 기대대로 신준우는 중견수 앞 적시타를 만들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신준우의 방망이는 4타수 4안타(2타점)로 불이 붙었다.
주말리그에서는 타율 0.143으로 부진했던 신준우다.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신준우는 180도 달라졌다. 이날 경기까지 신준우의 타율은 ‘5할’. 19일 소래고전에서는 선제 투런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신준우는 “주말리그 성적이 안 좋을 때도 ‘황금사자기 가서는 잘해 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준우는 이날 승인으로 자신의 이마 가운데 ‘복점’을 꼽았다. “동료들이 경기 시작 전에 한 번씩 만지고 들어가요. 경기가 더 잘 풀리는 것 같다던데요….”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을 짓던 신준우가 처음으로 웃던 순간이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