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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과를 담당하는 서울 A고 남교사 B씨는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해 12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복직했다. 해당 교과를 담당하던 기간제 교사는 갑자기 계약이 종료됐고 방학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정교사 육아휴직은 최소 학기 단위로만 허용돼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교사들은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일부 교사들이 이를 3개월씩 나눠 사용하고 방학 직전 복직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이다.
서울 C고에서도 지난해 3월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정교사가 6월 중순 갑자기 복직을 하는 바람에 기간제 교사는 곧바로 계약이 만료됐다. 정교사는 방학동안 월급을 받은 뒤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지난해 서울 초중고교 교사의 2016년 육아휴직자의 복직 현황을 보면 학기 초인 3월(1091건)과 9월(674건) 복직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여름방학 직전인 6월(78건), 7월(72건), 겨울방학 직전인 12월(62건)도 비교적 다른 달보다 적지 않았다. 6년차 초교 교사 D씨는 “사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두 달 치 임금이 적은 돈이 아니다. 주변에서 육아휴직 중 방학에 복직을 권할 때는 솔깃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문제다. 10년차 고교 교사 E씨는 “정교사들이 학기 중 휴직, 방학 중 복직을 하면 학생들은 1년 동안 3, 4차례 선생님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학기 단위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학에 맞춰 임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육아를 담당해야 할 수도 있는데 학기 단위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신, 출산, 육아 모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는데 오직 교사만 육아휴직과 복직 시기를 강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기에 맞춰 육아휴직을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대부분 잘 시행되고 있다”며 “각각 사정이 있는데 일부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