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고소-고발로 정책선거는 뒷전… 유권자들 “화합 가능하겠나” 한숨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을 다짐하고 있지만 실제 선거운동은 네거티브 양상을 보이고 있다.왼쪽부터 녹색당 고은영, 자유한국당 김방훈, 바른미래당 장성철,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무소속 원희룡 후보.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6·13 제주도지사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상대편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제기와 폭로가 이어지고 고소와 고발이 잇따르면서 정책 선거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24일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자유한국당 김방훈, 바른미래당 장성철, 녹색당 고은영,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가 각각 후보로 등록하면서 선거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들 후보는 28일 제주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에서 열린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했지만 문 후보와 원 후보의 난타전 양상을 보였다.
원 후보 측은 지난달 예비후보 등록 이후 문 후보를 겨냥해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부동산 투기 의혹, 부동산개발회사 부회장 전력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다. 문 후보 측에서는 이에 맞서 원 후보가 제주도지사 시절 측근 인사의 이권 개입 등 의혹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맞받아쳤다.
이어 원 후보 측에서 문 후보가 제주시 T골프장으로부터 명예회원으로 선정돼 무상 골프를 쳤다는 내용을 폭로하자 문 후보 측에서는 원 후보가 지사 시절 아내와 함께 국내 최고급 주거시설로 알려진 서귀포시 한 골프장 내 리조트의 특별회원권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는 골프장 명예회원 건과 관련해 “잘못된 처신에 사과한다”고 밝혔고 원 후보는 리조트 특별회원권에 대해 “받은 적이 없고 혜택을 누린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 진영에서는 성명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전 등을 통해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몰두하고 있는 실정이다.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상대 진영 고발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은 싸늘하다. 한 택시운전사(51)는 “제주 미래를 보여주는 정책은 사라졌고 ‘누가 더 못났나’ ‘너 죽고 나 살자’ 같은 막가파식 선거로 흐르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선거전이 치열하다 보니 선거 이후 이리저리 갈라진 제주사회를 통합하고 봉합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 유권자는 제주시 38만4013명, 서귀포시 14만8644명 등 모두 53만2657명으로 2014년 6·4지방선거 유권자 46만7182명에 비해 14% 증가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