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서 멀지 않아 주민들 고통… 남항에 클러스터 조성 설득력 커져
인천항만공사가 인천 중구 항동7가 일대에 추진하려는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조감도. 인천시와 함께 2025년까지 남항 배후부지에 단계적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항만공사 제공
인천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선박 화재를 계기로 해외수출 중고차는 주거지와 더 떨어진 외곽 부두에서 선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오전 9시 반경 중구 항동 인천항 1부두에 정박한 파나마 국적 화물선 오토배너호(5만2224t급)에서 발생한 불은 67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5시 5분경 꺼졌다. 배에 실린 중고차 2438대 가운데 1460대의 타이어 5000여 개, 시트, 휘발유와 경유가 전소하며 발생한 검은 연기는 약 10km 떨어진 연수구와 남동구까지 퍼졌고 주민은 불안에 떨었다. 관련 민원 약 200건이 구청에 접수됐다.
이 연기로 인천항 주변 하루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가 m³당 377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다른 비교 지점(m³당 53μg)의 7.1배나 됐다. 복합 악취는 인천항과 1.5km 떨어진 경인전철 동인천역 주변에서 기준치의 8배가 측정됐다. 대기 중 납(Pb) 카드뮴(Cd) 크롬(Cr) 같은 중금속 성분도 지난해 평균치의 4.6∼24.8배나 나왔다.
중구 신포동에 사는 정모 씨(주부·56)는 “신포동 일대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수출용 중고차 선적은 주거지에서 500m도 떨어지지 않은 인천항보다는 외곽 부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항을 통해 수출한 중고차는 25만1606대로 국내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7.6%를 차지했다.
단계별 추진 계획을 보면 2020년까지 인천 중구 제1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 야적장 11만8000m² 터에 주차타워, 경매장, 검사장, 세차장을 둔다. 2022년까지 기존 컨테이너 복합물류창고 8만5000m² 용지에 자동차 정비시설, 공원, 교육시설을 조성한다. 3단계로 남항 인근 석탄부두 자리 19만4000m² 터에 수출용 중고차량 출고 전 점검센터 등을 설치한다.
그러나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조성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교통난과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남항 주변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인천 중구의회는 지난해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조성 반대 결의안을 공식 채택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자동차 물류단지가 들어서면 주민이 가장 걱정하는 남항 일대 교통 혼잡이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컨테이너 야적장과 석탄부두가 자동차 물류클러스터로 바뀌면 트레일러가 연간 약 16만 대 다니던 도로의 차량 통행량이 중고차 운반차량 연 4만 대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수변공원 등이 생겨 정주 여건이 나아지고 관광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