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6·12회담 본궤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뉴욕으로 오고 있음을 트윗으로 알렸다.
○ 김영철, 베이징서 ‘미국행 항공편’ 세 번 바꿔
김영철은 29일 오전 9시 45분(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모습으로 등장해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최근 북-미가 협상에 속도를 냈고, 오전에 베이징에 도착한 만큼 이날 오후 미국행 항공편에 탑승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오후 7시 반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영철이 29일 오후 이미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김영철은 이날 공항에 도착해 몇몇 중국 측 인사들을 만난 뒤 중국 측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을 전해 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김영철은 미국에서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가동한 북-미 실무접촉팀이 각각 의제, 의전 메시지를 (워싱턴 등에)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김영철-폼페이오가 이를 총괄 정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철이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가질지도 관심사다. 김영철에 앞서 워싱턴을 방문한 최고위급 북한 인사였던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군복을 입은 채로 2000년 10월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과 만났다.
김영철의 방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는 물론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대표되는 미국 측 요구에 근접한 김정은의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날 통화에서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Complete and Permanent Dismantlement·CPD)’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기존 ‘CVID’와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의 첫 단어들을 합친 것으로 더 강경한 비핵화 요구로 볼 수 있다.
비핵화 문턱은 높이는 모양새지만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해선 북-미가 간극을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에 대한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 보장(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런 사실을 밝히며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정확히 이런 논의를 했고 협상 이후에도 (계속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북한과의 대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추가 대북제재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김영철의 미국행에는 강지영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지원, 민간 교류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