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집 ‘소길화’ 7월에 내는 장필순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은 “제주의 해안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첫 곡부터 마지막까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앨범, 일출부터 일몰까지 멍하니 들어도 좋을 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가수 장필순(55)은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자신의 새 앨범에 실릴 곡들을 틀어놓고 제주 서귀포 쪽으로 차를 몰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았다. 갓길에 급히 차를 세운 뒤 운전대를 놓았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은 뒤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장필순이 7월, 5년 만에 정규앨범을 낸다. 8집 ‘Soony 8-소길화(花)’다. “운전하며 들을 땐 각별히 주의하라”란 웃음 섞인 장필순의 당부가 빈말이 아니다. “최대한 졸리고 몽롱한 음악을 만들려 작정했다”는 그의 말처럼 몽환적인 전자 노이즈로 둘러싸인 안개 같은 소리 풍경을, 더 짙은 안개 낀 목소리가 끝없이 걸어간다. 들꽃처럼 반짝이는 멜로디와 가사는 여전하다.
1989년 ‘어느새’가 실린 데뷔 앨범을 내고 서울서 활동하던 장필순은 2005년 돌연 제주로 내려갔다. 제주 애월읍 소길리. “치킨도 두 마리 이상 시켜야만 배달이 되는” 외딴 곳에 음악가 조동익과 텃밭을 가꾸고 유기견 8마리를 키우며 산다. 앨범 제목 ‘소길화’는 짐작대로 소길에 핀 꽃이란 뜻. “몇 년 전 (이)상순이 (이)효리 부부가 동네로 이사 왔죠.”
어느 날 문득, 상순 효리 부부가 찾아왔다. “언니, 이 멜로디, 언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한번 들어보세요.” 이상순의 기타 연주에 이효리가 허밍으로 부른 멜로디가 너무 맘에 들어 조동희의 가사를 붙여 완성한 곡이 이번에 담긴다. ‘집’이다. ‘우리 어렸기에/무지개빛만을 쫓았지만/이제 곁에 있는/그대의 웃음에 하루가 가네.’
“가사와 노래에 맞는 참신한 소리들을 전자음 아카이브를 뒤지며 직관적으로 찾은 것뿐인데, 들려주면 어린아이들도 ‘빗방울 소리가 나요’ ‘바람 소리가 나요’ 하니 신기해요. 자연의 소리를 찾으려는 욕망이 잠재돼 있었나 봐요.”
8집의 첫 세 곡은 지난해 별세한 포크 대부이자 조동익의 형인 조동진에게 바치는 곡이다. 특히 세 번째 곡 ‘저녁 바다’는 조동진의 유작이 된 마지막 가사에 조동익이 곡을 붙여 만든 것. ‘뒤돌아보면 먼 저녁 바다’ ‘서둘러 사라져버린 너의 그림자’란 가사가 깊다.
장필순은 상업적인 것과 타협하지 않는 조동진의 음악 행보를 생전에 안타까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도 그런 길을 따라 걷고 있다며 엷게 웃었다. 조동진의 생전 조언은 이랬다.
“대중성을 추구하지 않아 너의 음악인생은 답답할지 몰라도, 그 답답함으로 인해 너의 음악은 더 깊어지고 무거워질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게 재밌는 걸 어떡해요. 나의 노래, 나의 이야기…. 그거면, 나를 잃지 않는 거면 된 것 아닐까요. 그 이상의 욕심은 안 부리려고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