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넘어간 2시간 동안 군 통수권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과 관련해 ‘일시적 권한 이양’ 규정 필요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각 회담이나 평양에 가서 회담을 하는 것은 헌법(71조)상 명시된 ‘궐위’ ‘사고’ 등 유고 상황이 아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이양해야 하는 상황인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 지가 논란의 초점이다.
문 대통령도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북측 지역에서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유사시 군통수권 이양 방안 등 직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는 제1절 “대통령이 면직, 사망 또는 사임하는 경우에는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는 항목이나 제4절의 “부통령과 내각 각료 과반수가 상원 임시 의장과 하원 의장에게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서면을 보내면 부통령이 즉각 대통령 권한 대행한다”는 이른바 ‘비 자발적 권한 이양’과도 구별된다.
대통령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임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다시 찾아오는 조항이다. 이 규정에 따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5년 대장암 수술을 받을 때 8일 동안 권한을 조지 H W 부시 부통령에 위임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과 2007년 대장 내시경 수술을 받으면서 각각 2시간 미만 동안 리처드 체니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다. 수정 헌법 25조 3절은 지금까지 이처럼 의료 필요에 따라 세 번 사용된 것이 전부다.
경희대 서정건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은 긴급 시 ‘핵 버튼’을 눌러야 하는 중책을 맡은 자리”라며 “수술을 위해 마취 상태에 있는 등 잠시라도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이같은 규정을 두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25조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1963년 11월 22일)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해 1967년 2월 통과됐다. 서 교수는 “대통령 권한 이양에 관한 규정은 매우 중대한 내용이어서 논의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수정 헌법에 포함할 만큼 큰 결정(big decision)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술이나 통신두절 등 한반도에서 어떤 상황을 ‘평상시 일시적인 권한 행사 불능 상황’으로 볼 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임시 권한 이양’ 조치 등도 마련될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