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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의 중국 살롱(說龍)] ‘통일각 2시간 군 통수권 공백 논란’

입력 | 2018-05-30 13:47:00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넘어간 2시간 동안 군 통수권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과 관련해 ‘일시적 권한 이양’ 규정 필요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각 회담이나 평양에 가서 회담을 하는 것은 헌법(71조)상 명시된 ‘궐위’ ‘사고’ 등 유고 상황이 아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이양해야 하는 상황인지,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 지가 논란의 초점이다.

문 대통령도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북측 지역에서 전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유사시 군통수권 이양 방안 등 직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수정 헌법 25조에서 대통령이 ‘평상시 스스로 임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하도록 한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불능과 승계’에 관한 수정 헌법 25조 3절은 “대통령이 (스스로) 상원 임시 의장과 하원의장에게 대통령의 권한과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공한을 보내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그 권한과 임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했다. 상원 임시 의장은 집권당 상원의원 중 가장 오래 재임한 의원이 맡는다.

이는 제1절 “대통령이 면직, 사망 또는 사임하는 경우에는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는 항목이나 제4절의 “부통령과 내각 각료 과반수가 상원 임시 의장과 하원 의장에게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서면을 보내면 부통령이 즉각 대통령 권한 대행한다”는 이른바 ‘비 자발적 권한 이양’과도 구별된다.

대통령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임시적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다시 찾아오는 조항이다. 이 규정에 따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5년 대장암 수술을 받을 때 8일 동안 권한을 조지 H W 부시 부통령에 위임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과 2007년 대장 내시경 수술을 받으면서 각각 2시간 미만 동안 리처드 체니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했다. 수정 헌법 25조 3절은 지금까지 이처럼 의료 필요에 따라 세 번 사용된 것이 전부다.

경희대 서정건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은 긴급 시 ‘핵 버튼’을 눌러야 하는 중책을 맡은 자리”라며 “수술을 위해 마취 상태에 있는 등 잠시라도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이같은 규정을 두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25조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1963년 11월 22일)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해 1967년 2월 통과됐다. 서 교수는 “대통령 권한 이양에 관한 규정은 매우 중대한 내용이어서 논의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수정 헌법에 포함할 만큼 큰 결정(big decision)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술이나 통신두절 등 한반도에서 어떤 상황을 ‘평상시 일시적인 권한 행사 불능 상황’으로 볼 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임시 권한 이양’ 조치 등도 마련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