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부 대표 공약 대신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 추진… 439억원 사업비 확보가 관건
산재모병원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울산지역 대표 공약이었다. 울산지역 노동계가 2003년부터 요구해온 건의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1월 산재모병원 울산 건립계획안을 발표했다. 사업비 4268억 원을 들여 울산 울주군 언양읍 울산과학기술원(UNIST) 캠퍼스 남쪽 12만8200m²에 2020년까지 500병상 규모로 건립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가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로부터 타당성조사를 의뢰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용 대비 편익(B/C)이 낮게 나온다며 산재모병원의 사업 규모 축소를 고용부와 울산시에 주문했다. 당초 정부 계획에서 세 차례나 사업 규모가 변경돼 2016년 1월에는 사업비 1715억 원에 200병상으로 줄였다.
기재부는 대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혁신형 공공병원 울산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방침을 통보받은 울산시는 혁신형 공공병원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시가 검토하는 혁신형 공공병원은 연구기능을 갖춘 500병상에 총 사업비 2500억 원 규모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사업비 439억 원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조만간 5개 구군을 상대로 혁신형 공공병원 건립 부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여야는 이런 방침에 대해 ‘전액 국비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으로 ‘일산형 모델’(24개 진료소를 갖춘 746병상의 경기 일산병원)에 전액 국비가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울산시당위원장은 “국립병원이라는 차원에서 100% 정부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산재모병원보다 사업비와 병상수가 더 많은 혁신형 공공병원을 울산에 지으려고 하겠느냐. 또다시 예비타당성 분석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그동안 산재모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얻어낸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고 울산시민과 의료계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립병원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