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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압박-규제 넘어 美로 간 투자보따리

입력 | 2018-05-31 03:00:00

한화큐셀, 1600억원 공장 신설… 세이프가드 장벽 정면돌파 나서
美, 땅 제공하고 세금감면 혜택… 현대차도 美공장 4000억원 투자




한화큐셀이 미국에 1억5000만 달러(약 1621억 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는다고 29일(현지 시간) 밝혔다. 올 초 미국이 16년 만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이후 국내 태양광 기업이 현지 공장 신설을 결정한 첫 사례다. 같은 날 현대차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 관세 강화를 지시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3억88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이날 미국 조지아주 휫필드 카운티와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력생산량 기준 1.6GW(기가와트) 규모로 미국 내 최대 태양광 모듈 공장이다. 현지 정부는 공장 부지를 제공하고 재산세 및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등 총 3000만 달러의 혜택을 약속했다. 한화큐셀은 구체적인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주정부는 1억5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고 전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전체 매출의 35%가 발생하는 미국 시장에서 세이프가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이 앨라배마 공장에 3억88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1년 전 미국에 약속한 5년간 31억 달러 투자 계획을 본격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이 이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미국에 직접 투자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에 유치됐더라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을 기업의 신규 생산시설과 투자가 잇달아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고용 경직성 강화, 법인세 인상 등 사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반면 미국은 낮은 세금과 인센티브 확대로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이 자꾸 해외로 나가고 들어오는 기업은 없다면 국내 산업은 점점 위축되고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출과 내수 타격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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