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채널A는 어제 ‘디지털 금융과 행동경제’라는 주제로 ‘2018 동아국제금융포럼’을 개최했다. 금융과 경제 분야의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조 강연을 맡은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금융산업은 공급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행동패턴과 인지심리 분석을 통해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일러 교수는 2017년 행동경제학에 대한 성과로 노벨경제학상을 탔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주류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런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토대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다는 이른바 ‘넛지(Nudge·툭 찌르기)’로 사람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규제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규제 만능주의’가 아니라 세심하게 설계된 개입이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세일러 교수의 이런 통찰은 금융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한국 금융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금융 분야에서 한국은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뒤진 것으로 나와 충격을 줬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도 “정부가 끌어가는 금융 관치와 (금융을) 이념과 가치에 이용하는 정치권 금융정치가 대한민국 금융을 산업이 아닌 우리만 먹고 사는 가두리 양식 금융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