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7월 조기총선이 EU 탈퇴 국민투표 될라” 세계는… 빚더미 ‘제2 그리스’ 우려에 금융시장 요동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임명한 새 총리 후보자 카를로 코타렐리는 29일 예정돼 있었던 내각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3월 총선에서 승리한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추천한 경제장관 지명을 거부한 마타렐라 대통령이 코타렐리 총리를 내세워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과도내각 체제로 끌고 가려 했으나 실패해 7월 이후 조기 총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마타렐라 대통령과 오성운동이 마지막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동맹당의 조기 총선 의지가 확고하다. 중도 좌파인 민주당도 조기 총선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조기 총선은 3월 총선보다 판이 훨씬 커졌다. 사실상 EU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27일 마타렐라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당의 내각 구성에 제동을 걸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용기를 치하하며 격려했다. 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서는 건 악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 두 포퓰리즘 정당은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반EU 성향의 경제장관을 임명해 ‘이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를 현실화하려 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이르는데도 세금을 줄이고 복지 혜택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그리스의 10배 규모인 이탈리아 경제가 파산의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2500억 유로(약 313조 원)를 쏟아부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탈리아가 무너질 경우 IMF가 5000억 유로(약 626조 원),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최대 4000억 유로(약 500조 원)를 끌어와도 이탈리아를 완전히 커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총선 투표권은 이탈리아 국민에게 있으며 흐름은 포퓰리즘 정당으로 더욱 쏠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28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SWG 조사에 따르면 극우 포퓰리즘 성향 동맹당의 지지율은 3월 총선 당시 기록했던 득표율보다 10.1%포인트나 높은 27.5%를 기록했다. 좌파 포퓰리즘 성향 오성운동(29.5%)과 합치면 동맹당이 친EU 성향의 전진당과 우파 연합을 맺지 않아도 두 당의 연합만으로도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선거에서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60% 안팎의 지지를 받는다면 마타렐라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탄핵 추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