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조사결과 대국민 사과 담화문
○ 법원행정처 대대적 수술 예고
형사 조치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6월 5일), 전국법원장간담회(6월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6월 11일) 등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일선 법원에서는 31일 의정부지법에서 단독·배석 판사 회의가 시작됐고, 1일 춘천지법과 원주 강릉 속초 영월 지원이 판사회의를 연다. 4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 회의와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 판사 연석회의가 예정돼 있다. 수원지법은 5일 소속 판사 전원이 참석하는 전체 판사 회의를 갖는다.
이에 따라 김 대법원장이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결정할 시기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는 11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최종적으로 대법관들의 의견까지 들은 후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핵심 법관들 “형사고발 필요” 의견
최근 법원행정처 법관들은 내부 논의를 통해 “결론적으로 수사는 피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3가지로 의견을 압축했다. △형사 고발 △수사 의뢰 △검찰이 먼저 수사에 나설 경우 협조하는 방안 등이다. 31일 회의에서는 핵심 법관들을 중심으로 형사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법원이 고발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기존에 접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를 시작하면 대법원 입장이 더 부담스럽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전체적으로는 수사에 협조하는 수준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고, 형사고발을 주장한 법관은 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들 사이에서는 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전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재판 거래 의혹은 ‘헌정 유린’ 행위”라고 규정하는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결기관의 대표가 다른 법관대표들과 상의 없이 마음대로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한 법관대표는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글을 올려 마치 법관회의의 전체 입장처럼 보여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29∼31일 재판 거래 의혹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 410건을 법관대표들에게 완전 공개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젊은 소장 판사가 많은 만큼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특별조사단은 “문건 공개는 가능하지만 문건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그 내용들이 다 실행된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고승일 청주지법 판사 등 법관대표 21명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대법원은 수사에 협조할 책무가 있음을 선언한다”는 ‘의안’을 법관대표회의에 냈다. 또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사과와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최근 3차 조사에서 공개된 문건에는 ‘한일 우호관계의 복원을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패소하는 취지로 대법원 판결이 나오도록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기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소송은 재상고돼 현재까지 5년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