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무기는 오히려 강화 속 남측과의 교류 확대하며 경제 건설에 총력 집중할 듯 日과는 과거청산·경제협력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이 흥정, 혹은 ‘밀당’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계기로 북-미 간에 첫 실질적인 비핵화 교섭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회담 중지를 선언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정신을 차리게 했고 정상회담에 소극적이던 미국 내 보수파들의 지지를 회복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뿐 아니다. 단순히 회담을 중지하는 것이라면 백악관 성명만으로도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 서한을 썼기 때문에 김 위원장도 정식으로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서한을 전달한다면 두 정상 사이에 최초로 개인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게 된다. 이 또한 교묘한 외교였다.
물론 실무협의도 쉽지는 않다. 미국 측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탄두 조기 해외 반출, 신고와 검증 방법 등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또 그것들이 없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않겠다고 협박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북한 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결렬돼 미국이 군사력을 행사한다면 “믿을 수 없는 규모의 비극”(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발생한다. 여기 더해 한미동맹은 붕괴하고 경제위기가 동아시아를 덮칠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일본도 자주방위노선을 걷게 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 같은 사태의 심각성이 북-미 교섭의 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이란 무엇일까. 비핵화를 받아들인 북한은 어떤 전략으로 장기에 걸쳐 살아남으려 할 것인가. 그 생존전략을 이해하지 않고 비핵화 교섭을 논의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정책에서 그 윤곽을 추리해 보면 첫째, 핵무기를 포기한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천의 장거리포, 미군과 한국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그리고 한국 내 주요 거점을 기습할 수 있는 특수부대를 유지할 것이다. 둘째, 남북미 및 남북중이 우선 종전선언을 하고 그 뒤 남북이 미중이나 미중일러를 연결하는 다각균형의 국제 시스템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적국이 아니라고 설명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가 불가결하다. 식민지배를 청산함으로써 그에 따른 경제 협력을 획득해 국내 산업 기반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체제 보장이란 새로운 생존전략에 의한 점진적인 체제 이행을 위한 조건 정비인 듯하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