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에게 듣는 정책 방향]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실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탄력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 “대기업의 역량으로 중소·벤처기업계를 활성화하는 ‘개방형 혁신’을 이뤄내겠다”며 대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지금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심각한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 직전 가진 주요 대기업 대표들과의 첫 오찬 간담회를 소개하며 “다들 두렵다고 한다. 변혁이 심해서 생존 기로에 있다는 절박한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홍 장관이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권의 핵심 공약 실현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런 현실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11월 취임 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역대 정권도 규제 풀자고 했는데 안 됐다.
“공무원들이 일단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대응해 신제품 개발자들이 좌절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일을 해보니 공무원이 감사(監査)에 대한 두려움이 크더라.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적극 수용했다가 책임질 일이 생길까봐 적극적 행정을 못 하고 있다. 감사원이 적극적 행정의 결과에 대해 가급적 면책해주는 방향으로 튼 것은 다행이다. 중기부도 공공기관이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공공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기술개발제품 시범구매제도’라는 일종의 보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전면에 나서선 곤란하다. 민간이 주도하게 하고 정부는 한발 물러서서 촉매 역할만 해야 한다.”
“지난 대선 주자들이 모두 공약으로 걸었던 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목표라고 본다. 다만 ‘최저임금 1만 원’은 경제상황을 보면서 추진할 목표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10%가 넘는다면 최저임금이 10% 올라도 별문제가 안 되지만 반대로 디플레이션이 왔는데 임금만 올릴 수는 없다. 서민층에 돈이 잘 도는 게 중요하지 기계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우려도 많다.
“업종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잘 알고 있고 국무회의에 가서도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계속 말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사구시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책 목표는 명확하지만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인건비로는 이제 개발도상국과 경쟁이 안 된다. 앞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식 노동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노동자에게 여유가 없으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 스마트공장으로 바꾸고 지식노동자로 바꿔야 경쟁력이 유지된다. 당장 원가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소진하면 미래는 없다.”
―장관이 강조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은 뭔가.
―스마트공장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초기에 단순 자동화 정도일 때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더 발전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계측과 제어를 해야 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다. 현장을 다녀보니 의외로 공장 자동화가 많이 돼 있고 줄어들 고용은 이미 현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면 불량률도 줄고 그에 따라 주문도 늘면서 투자도 일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인터뷰=배극인 산업1부장
정리=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