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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촘촘해 하나 푼다고 해결안돼… 일괄타결 방식 접근해야”

입력 | 2018-06-01 03:00:00

[경제장관에게 듣는 정책 방향]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진지한 표정으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실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 탄력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 “대기업의 역량으로 중소·벤처기업계를 활성화하는 ‘개방형 혁신’을 이뤄내겠다”며 대기업 역할론을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전방위 변혁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 뒤처지고 있다. 국가적 논쟁이 필요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대해 “지금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심각한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 직전 가진 주요 대기업 대표들과의 첫 오찬 간담회를 소개하며 “다들 두렵다고 한다. 변혁이 심해서 생존 기로에 있다는 절박한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홍 장관이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권의 핵심 공약 실현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런 현실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 장관은 특히 “현장을 다녀보니 규제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며 “규제를 풀려다 보니 첩첩으로 돼 있어서 하나만 풀어서는 효과가 없다. 모든 관계 부처가 다 모여 일괄 타결하는 식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11월 취임 후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규제 얘기다. 어느 날 안전바 달린 휠체어를 개발한 기업인이 허가받는 데 2년 걸릴 것 같고, 그 사이에 망할 것 같다고 화를 내더라. 우리 직원이 전화 돌려보니 3일 만에 해결됐다. 원래 허가가 나야 하고, 예전에 같은 사례도 있었는데 담당자가 제대로 모르면서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의원 시절 수제맥주 관련 규제를 풀면서 보니 규제가 첩첩이라 하나만 풀어서는 소용이 없었다. 취임 후 관련자들이 모두 모이는 ‘규제개혁 끝장캠프’를 마련해 초소형 전기차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기차에 적용할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륜차 규정을 적용하고 있더라. 새 제품이니 족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양 끝에 달아야 할 헤드라이트 간 거리가 모터사이클처럼 20cm 이내여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정을 적용받고 있었다. 앞으로 규정에 없으면 못 하는 게 아니라 일단은 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역대 정권도 규제 풀자고 했는데 안 됐다.

“공무원들이 일단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대응해 신제품 개발자들이 좌절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일을 해보니 공무원이 감사(監査)에 대한 두려움이 크더라.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적극 수용했다가 책임질 일이 생길까봐 적극적 행정을 못 하고 있다. 감사원이 적극적 행정의 결과에 대해 가급적 면책해주는 방향으로 튼 것은 다행이다. 중기부도 공공기관이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공공 구매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기술개발제품 시범구매제도’라는 일종의 보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전면에 나서선 곤란하다. 민간이 주도하게 하고 정부는 한발 물러서서 촉매 역할만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 달리 영세 상인이나 중소기업이 오히려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 대선 주자들이 모두 공약으로 걸었던 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목표라고 본다. 다만 ‘최저임금 1만 원’은 경제상황을 보면서 추진할 목표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10%가 넘는다면 최저임금이 10% 올라도 별문제가 안 되지만 반대로 디플레이션이 왔는데 임금만 올릴 수는 없다. 서민층에 돈이 잘 도는 게 중요하지 기계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우려도 많다.

“업종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잘 알고 있고 국무회의에 가서도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계속 말하고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사구시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책 목표는 명확하지만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다만 인건비로는 이제 개발도상국과 경쟁이 안 된다. 앞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지식 노동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노동자에게 여유가 없으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 스마트공장으로 바꾸고 지식노동자로 바꿔야 경쟁력이 유지된다. 당장 원가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소진하면 미래는 없다.”

―장관이 강조하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은 뭔가.

“일자리·소득주도 성장은 양극화 해소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지만 결국 단기 해법이다. 장기적 해법은 결국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중기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스마트공장이다. 2020년까지 2만 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장관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간 곳도 스마트공장이었다. 시설이 다 사물인터넷(IoT)과 센서로 연결돼 있어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공장을 추진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처럼 대기업들이 추진한 스마트공장의 성과가 좋다고 한다. 좋은 전문가들이 있고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스마트공장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이전할 수 있다면 효과가 클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의 역량으로 중소기업과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개방형 혁신이다.”

―스마트공장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초기에 단순 자동화 정도일 때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더 발전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계측과 제어를 해야 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다. 현장을 다녀보니 의외로 공장 자동화가 많이 돼 있고 줄어들 고용은 이미 현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면 불량률도 줄고 그에 따라 주문도 늘면서 투자도 일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인터뷰=배극인 산업1부장
정리=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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