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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 말고 뚝심으로 밀어붙여야 승산

입력 | 2018-06-02 03:00:00

[금융상품 뒤집어보기]가치주펀드




가치주펀드와 기자의 인연은 201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된 여러 펀드 중 유독 한 펀드의 수익률이 몇 년째 지지부진했다. 결국 고민 끝에 신영퇴직연금배당주펀드로 갈아탔다. 주식형이어서 손실 위험이 걱정됐지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식 가치투자를 경험해보고 싶어 용기를 냈다.

펀드 선택은 두 가지를 근거로 정했다. 우선 저평가된 가치주 중에서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편입하는 게 만족스러웠다. 제대로 평가를 받고 주가가 오르면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배당을 받은 뒤 이를 재투자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너스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둘째로 펀드 운용사인 신영자산운용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함께 가치투자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낸다는 점도 고려했다.

기자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KB국민은행에서 조회한 결과 지난달 24일 현재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21.26%, 연환산수익률은 9.76%다. 같은 기간 23% 오른 코스피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펀드평가회사 KG제로인이 평가한 최근 2년간(지난달 25일 기준) 전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28.02%)보다도 떨어진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현재로선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계속 보유할 계획이다. 저평가된 가치주가 상승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3, 4년간 가치주펀드가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지금이 가치주를 싸게 매수할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치투자란 회사의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한 기업의 주가는 단기적으론 변동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재가치에 수렴한다는 분석에 근거한 투자 방식이다. ‘단기’가 아니라 ‘장기’에 승부를 걸고, 일시적인 ‘가격 변동’이 아니라 ‘가치’를 중시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이런 투자 방식을 구사한다.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조금 다르다. 국내 가치투자자들은 주로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우선하되 지배구조나 제품의 시장점유율 등과 같은 정성 평가도 고려한다. 이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주식이 선호된다. 반면 버핏은 회사가 미래에 창출하는 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내재가치를 구한다.

국내에는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비(非)제도권의 가치투자 고수가 많다. 제도권으로 한정하면 1998년 12월 출시한 ‘동원밸류 이채원1호’가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전용 펀드다. 이채원은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이다. 이 회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그의 가치주펀드 운용을 위해 2006년 설립했다.

최근 국내 가치주펀드의 성과는 다소 실망스럽다. 특히 지난해는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해 초과 수익률을 올리는 가치주펀드 같은 액티브 펀드들이 외면받았다. 반면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는 강세였다. 코스피 자체가 지난 한 해 동안 22%가량 상승하면서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간판 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1의 경우에는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2006년 4월 18일 출범한 이 펀드는 한때 순자산가치가 1조6000억 원까지 불어났지만 지난달 29일 현재 603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치주 시대는 다시 올 수 있을까.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3∼5년 주기로 순환하는 주식 시장의 흐름을 고려할 때 이제 성장주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채원 사장도 “저금리 저성장 추세 때문에 지난 4년여간 세계적으로 성장주에 자금이 쏠리면서 성장주가 충분히 상승했기 때문에 이제는 가치주가 반등할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가치주펀드의 부진은 투자의 기본 원칙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항상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는 존재할 수 없고, 여유자금을 이용해 분산투자를 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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