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진 영화평론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대중의 반역’
똑똑한 대중은 존재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를 반드시 보장해 주는 존재는 다수의 사람인가? 대중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 있다. 스페인의 석학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1883∼1955)가 쓴 ‘대중의 반역’이다. 유럽에 대한 문명비판서이기도 하다.
우리는 저자가 대중에 대한 엘리트주의적인 비판론이나 민중주의적인 예찬론, 그 어느 일방적인 시각에 의거하고 있지 않음을 감 잡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바로 대중의 이중성과 ‘대중시대’의 명암에 대해 주목하고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반역’은 대중을 공격하려는 사람, 반대로 집단지성 운운하며 치켜세우려는 사람 모두에게 무기가 될 만한 고전이라고 하겠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상매체가 아닌 책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고 밝힌 바 있다. 책 읽기는 감상 시간 중에 능동적이고 성찰적인 사유가 가능한 매체이다. 영상이나 게임과 다르다. 한국인이 선두적으로 영화와 게임을 좋아해 한국이 영화강국, 게임강국이 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낮은 독서율만큼은 상향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대중의 양면성과 대중시대의 명암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중의 반역’ 같은 것이 아니라도 삶의 주체성과 정신, 철학적 메시지와 역사에 대한 올바른 태도 등이 담긴 인문서적을 탐독한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좀 더 힘이 되지 않을까.
곽영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