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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2시 반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콘크리트 잔해와 구겨진 철근만 가득 쌓여 건물 형체를 짐작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수색 및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건물 입주 상인이 지난달 9일 용산구에 건물 붕괴 위험을 경고하며 보낸 사진에 건물 벽이 튀어나오고 여러 군데 굵은 금이 간 모습이 선명하다(왼쪽 사진 실선 안).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일 완전히 붕괴된 서울 용산의 4층짜리 상가 건물 1~2층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세입자 A 씨는 지난 5월 10일 건물 이상과 관련해 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에서 20여 일간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붕괴된 건물 1~2층에서 백반식당을 운영했다는 A 씨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반이 침하돼 건물이 살짝 주저앉고 있다고 구청에 연락했는데 그다음 날 찾아왔다. 하지만 그 이후에 답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평소에도 붕괴 조짐을 느껴 불안했었다고 했다. 그는 “벽이 갈라진 양쪽이 배불뚝이가 되면서 살짝 갈라졌고, (1층) 칼국수 집에는 비가 오면 안쪽까지 물이 들어온다고 했다”고 전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3일은 일요일로, 다행히 건물 1~2층의 식당들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A 씨는 평일이었다면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A 씨는 “(사고가 발생한 낮 12시 35분은)제일 바쁜 시간이다. 1층에 있는 칼국수 집과 함께 평일에 그 시간대에는 (손님이)거의 한 100명 정도 있다”며 “진짜 인명 피해가 없길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A 씨는 “평소 (오전)5시면 나갔다가 (오후)9시에 퇴근한다. 직원 한 분이랑 주방도 보고 혼자서 운영을 한다. 그렇게 힘들게 버텨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루 벌고 하루 먹고살았는데 이제 그마저도 없어졌다”며 “한 달 동안 손님들이 먹었던 장부들이 다 저 안에 있다. 맨날 10명, 20명 이렇게 오는 사람들 밥해 주고서 돈 하나도 못 받은 거다. 이거는 그러면 누구한테 따지나”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와 관련,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3일 사고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주민들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주변 건물에 금이 가거나 지반이 침하하는 현상이 있어서 지난달부터 구청에 신고를 했는데, 구청은 보고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며 “오늘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얼마든지 위험 요소는 있었던 거고, 구청이 보고를 못 받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