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2일 만에 재판에 출석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4일 자신의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구치소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도곡동 땅의 소유관계에 대해서는 자신의 땅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해 자신의 건강 상태와 구치소 생활에 관해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제 건강을 지금까지 숨기고 평생을 살았는데, 구치소에 들어오니 감출 수가 없게 됐다”며 “법무부에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 치료를 받고 오면 좋겠다고 했지만 저는 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치소에) 와서 한두 달간은 사람이 두 달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고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바깥에 알려서 이렇게 하기가, 차마 제 입으로 얘기하기가 싫다”면서 “구치소 안에서 걱정을 많이 하긴 하지만 제가 기피할 생각은 없다. 적극적으로 (재판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1시간가량 재판을 진행했다가 10분간 휴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한 이날 재판에서 자신의 차명 재산 관련 의혹의 시발점 격인 ‘도곡동 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어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당시 압구정동이나 강남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땅을 사려면 얼마든 다른 데에 살 수 있었다. 현대건설 재임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땅을 산 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우 전 다스 대표 등이 서울에 있는 자신을 찾아와 수시로 보고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제 앞에 와서 고개 들고 얘기하고 그럴 입장이 못 된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