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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선박 20척, 빅3 조선소에 나눠 발주”

입력 | 2018-06-05 03:00:00

3조원 규모… 일감부족 업계 숨통
각사 연간 매출의 10분의 1 수준
현대상선 노선강화 전략도 탄력… 세계 7위 해운선사로 발돋움




현대상선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건조를 국내 ‘빅 3’ 조선소에 나눠 발주하기로 했다. 발주 규모가 3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국내 조선소들의 일감 부족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4일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건조할 조선사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3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2만3000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을 2020년 2분기(4∼6월) 인도가 가능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각각 7척, 5척 발주했다. 1만4000TEU급 8척은 2021년 2분기 납기 가능한 현대중공업에 발주하기로 하고 건조의향서 체결을 위한 협의를 통보했다.

현대상선은 4월 10일 조선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뒤 각 조선사들과 납기 및 선가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번 발주는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따른 것이다. 현대상선 측은 “자체적으로 발주평가위원회 및 투자심의위원회를 두고 각 조선사들이 제안한 납기와 선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주를 결정했다”며 공정한 절차에 따른 선정임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과 최대주주(KDB산업은행)가 같은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싹쓸이 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했기 때문이다.

발주에 참여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각 업체가 가져간 선박 수주 규모가 업체의 연간 목표 매출액의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큰 규모여서 일감 부족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해운·조선 정보업체 클라크슨리서치와 업계 등에 따르면 1만4000TEU급 선박의 가격은 평균 1200억 원 수준이며, 2만3000TEU급 선박은 약 1700억 원 수준이다. 건조 사양에 따라 가격은 달라지겠지만 이번 발주로 업체별로 약 8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 사이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상선의 해운 노선 강화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무너진 국내 해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100만 TEU 선복량(적재능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100만 TEU는 세계 주요 선사의 평균 선복량 약 150만∼400만 TEU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업체들과 동맹을 맺거나 경쟁하려면 최소한 100만 TEU급 선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현재 약 42만 TEU 규모다. 현대상선이 2020년부터 건조 선박을 인도받으면 약 39만 TEU 선복량이 더해져 현재 세계 12위에서 7위 규모의 해운선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발주로 확보한 선박은 아시아∼북유럽 노선 등에 투입돼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유럽, 미주 동부로 이어지는 서비스망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해외 국가 및 선사들이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상선이 사실상 국내 조선소에만 입찰 제안을 했고, 현대상선이 지불해야 할 선박 건조비용 대부분(선박 건조비의 약 10%만 자가 부담)이 하반기(7∼12월) 출범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금융 지원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올해 2월 한-덴마크 해운회담에서도 덴마크 측은 우리 정부가 해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는 안정적인 금융 지원을 통한 선박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차원이며 이는 덴마크 정부가 자국 선사에 했던 방식”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