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年4500명 분만… 임금 삭감 등 둘러싸고 노사 대립
“주치의 바뀔 수 있다는 말에 캄캄”… 고위험군 임신부들 분만사고 우려

4일 간호사 등 직원 250여 명이 임금 삭감에 반발해 전면 파업에 돌입한 서울 중구 제일병원의 외래진료센터 1층 접수창구가 한산하다. 분만을 앞둔 임신부 수백 명이 “다른 병원에서 출산해야 할 수도 있다”는 병원 측의 안내를 받고 큰 혼란에 빠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 해 4500여 명이 분만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병원인 제일병원이 대규모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임신부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일병원지부는 4일 “지난달 직원들의 임금 15∼50%를 일방적으로 삭감한 경영진 전원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조합원 500여 명 중 필수 근무인력을 제외한 250여 명의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당장 이 병원에서 분만할 예정이었던 임신부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병원 측은 주말부터 진료를 앞둔 임신부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피치 못할 응급수술이 아니라면 분만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고려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날 오후 병원을 찾은 임신부 김모 씨(30·임신 28주)는 “분만까지 쭉 같은 병원에서 진료받을 요량으로 지난주에 제일병원으로 왔는데 또다시 병원을 옮겨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노사는 이날 두 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삭감 철회와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기홍 제일병원노조 사무장은 “경영진은 재정이 어려워 직원 임금을 깎는다면서도 새 건물을 지으려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 관계자는 “경영이 악화된 근본 원인은 2012년 6800건이던 병원 내 분만이 2016년 4500건으로 줄어드는 등 신생아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