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13선거 경쟁률 2.3 대 1, 그들만의 선거는 아닌지 의심
지방선거가 중앙의 지배 받아…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
유능한 청년-실력파 퇴직자가 지역 살림 담당하면 어떨까

이종수 객원논설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중앙정치의 구호가 강렬하고 후보들의 연출된 사진이 화려하지만, 아쉽게도 지방자치의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국정 심판이나 정당의 지배는 2년마다 격으로 실시하는 대선과 총선으로 족한 일인데 지방선거를 빨강과 파랑으로 색칠하고 한반도 평화와 정권 심판을 내세우는 게 정상은 아니다. 지방선거로 그런 문제를 달성할 수도 없으려니와 정작 중요한 삶의 자치를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사람답게 살며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마이크로(micro) 민주주의를 죽게 만드는 꼴이다.
필자가 30년간 지방자치를 연구하며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지방선거가 세계에서 가장 크게 중앙정치의 지배를 받는다. 이는 곧 정당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일본은 기초 지방선거의 경우 80% 이상이 무당파(無黨派)의 당선으로 귀결된다. 후보가 소속 정당을 갖고 있지 않거나, 지역 살림을 너무 정치화하는 현상을 거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 때문에 정당들이 연합 공천을 한다. 미국은 절반 이상의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을 아예 배제함으로써 지역의 생활이 일상적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며, 영국은 정당의 공천을 허용은 하지만 후보를 풀뿌리 식으로 선출한다.
이번 6·13지방선거는 총 4016명을 뽑는데 9317명이 등록하여 평균 2.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원 급여의 절반 정도를 받는 9급 공무원 시험에 교정행정직의 경우 206 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났다. 5급 공무원 공채와 외교관 시험은 37 대 1이고, 공기업 취업에서도 100 대 1의 경쟁률은 보통이다. 이들 유능한 청년 구직자들, 나아가 본의 아니게 조기 퇴직한 실력파 중년들이 지역 살림을 담당하면 지역과 나라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을까 상상해 보곤 한다.
선거제도 자체도 지방선거를 궤도에서 이탈시키고 있다. 기초 의회에 정당의 비례대표를 선출하여 보내는 것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우리 정당들이 자신의 수족들을 취업시키는 장마당으로 지방선거를 보는 데서 초래된 결과일 뿐이다. 선거 시기도 선진국은 모든 지방선거를 일시에 전국적으로 하지 않고 대체로 30% 정도씩 나누어 실시한다. 일본의 통일지방선거도 전체 지방선거의 30% 정도만을 소화하고 나머지는 분산해서 시행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지방선거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고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동네 투표소에서 참여토록 하면 되는 일이다.
자치(自治)는 민주주의와 동의어이다. 삶의 현장에 있는 마이크로 민주주의를 꽃피게 하지 못하고 거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상징적 개헌보다도 이게 중하지 않을까? 지방정치를 지방에 주는 개혁이야말로 진정한 분권이고 자치라 할 수 있다. 각종 개혁을 외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수족을 불공정 취업시키는 이 적폐청산의 메뉴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이종수 객원논설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