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문, 우리가 연다]<7> ‘전천후 미드필더’ 이재성
국내에서 열린 마지막 평가전(1일)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환상적인 왼발 칩슛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골망을 흔들었던 이재성(왼쪽). 전주=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강희 전북 감독(59)은 애제자인 미드필더 이재성(26·전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015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신인상)을 받은 그는 2년 뒤인 지난해 8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선수층이 두꺼워 ‘신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전북에서 주전을 꿰차며 성장한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 존재가 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그는 세계무대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를 얻었다. 이재성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났을 때 반드시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4∼11일)부터 부상 없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대표팀에서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수 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이재성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가는 역할뿐만 아니라 적극적 침투를 통해 골을 노릴 수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이재성은 국내에서 열린 마지막 평가전(1일)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환상적인 왼발 칩슛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골망을 흔들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적어 온 이재성의 축구 일지. 훈련 내용과 개선점이 빼곡하다. 전북 제공
‘공수 만능 미드필더’ 이재성은 투철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성장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히 ‘축구 일지’를 써왔다. 일지에는 훈련 내용과 개선점 등이 적혀 있다. 전북 관계자는 “성실함으로 무장한 이재성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자기 기량의 90% 이상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180cm, 70kg으로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의 이재성은 ‘오(O)자형 다리’라는 신체적 약점이 있다. 다리가 휘어 벌어진 탓에 경기를 뛸 때마다 다리 바깥쪽으로 체중이 몰려 이 부위의 피로 해소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재성은 “어렸을 때는 교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교정을 받아도 축구를 하면 다시 다리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는 드리블, 볼 터치 훈련을 통해 약점을 극복했다. 이재성은 “다리가 휘었기 때문에 공을 다리 사이에 두면 상대가 발을 뻗어도 내가 가진 공을 쉽게 뺏을 수 없다. 또한 휜 다리를 갈고리처럼 이용해 상대 볼을 빼앗기도 좋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호를 상대로 승리하려면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피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 대표팀은 권창훈(디종), 염기훈(수원) 등 왼발을 잘 쓰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이재성의 예리한 왼발 킥이 한국의 새로운 세트피스 무기가 될 수 있다. 최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이재성이 프리킥과 코너킥 등의 연습 횟수를 늘렸다. 팀 훈련이 끝나고도 동료 몇 명과 훈련장에 남아 킥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196cm)이 투입되면 소속팀에서부터 반복적으로 훈련해온 이재성의 킥과 김신욱의 움직임으로 골을 합작할 수 있다. 이재성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동료들과 다 함께 뭉쳐서 최선을 다해 보겠다. 공격수 등 전방에 있는 선수가 상대 공격을 막는 첫 번째 수비수라는 생각으로 본선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레오강=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