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센터의 청정개발체제 사업
지난달 31일 오후 미얀마 사가잉구 총명에 사는 싱트 씨가 쿡스토브로 요리를 하고 있다. 화분 모양의 쿡스토브는 기존 재래식 스토브보다 열 효율이 높아 적은 땔감으로 요리가 가능하다. 연료를 적게 쓰니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탄소도 적게 배출한다. 작은 사진은 주민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재래식 방식으로 3개의 벽돌을 놓고 그 중간에 불을 피우는 방식이다. 총명(미얀마)=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하지만 폴론 씨와 이웃한 싱트 씨(54·여)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지난달 31일 방문한 그의 집에는 동그란 화분 모양에 구멍이 뚫린 ‘쿡스토브’가 있었다. 땔감 3개면 불을 지피고 밥을 짓는 데 충분했다. 따로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지 않아도 불씨가 쉽게 살아난다. 싱트 씨는 “예전에는 불붙일 때 연기도 많이 났는데 지금은 연기도 적고 열 효율이 좋으니 조리 시간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 미얀마 온실가스 줄여 국내배출권 확보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유는 쿡스토브 보급 사업이 단순히 좋은 취지의 사회공헌사업이어서만은 아니다. 사업 참여 기업들도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미얀마 주민들의 쿡스토브 사용량에 비례해 탄소배출권(CER)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채택된 유엔 기후변화회의 파리협약에 따라 우리나라도 195개 당사국 중 한 나라로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 이에 정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요 기업들에 할당량을 부과하고 그 양보다 적거나 많게 배출하는 기업들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했다. 배출권 없이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하는 기업은 온실가스 1t당 배출권 평균 거래가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발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단시간에 기존 설비를 교체하긴 어려운 일이다.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들고 배출권 확보에 시간도 오래 걸렸다.
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열린 미얀마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CDM 사업 착수식에 참여한 한국 기업인들과 미얀마정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제공
○ 기후변화대응에 사회공헌까지… ‘일석이조’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이런 CDM 사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술적·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감축된 온실가스량의 일정 부분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과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부와 우리 기업, 기후변화센터의 협약에 따라 쿡스토브는 매년 10만8000대씩 최소 5년간 취약계층에 보급될 예정이다. 특히 해외에서 쿡스토브를 수입해 보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을에 거주하는 토기장이들에게 쿡스토브 만드는 법을 전수해 생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지속 가능한 개발 차원에서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쿡스토브를 만드는 주민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재료비와 인건비 전액을 지원받고, 이외의 주민들은 무상으로 쿡스토브를 받는다.
총명(미얀마)=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