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현충일을 앞둔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 현충원을 찾았습니다. 현충일을 앞둔 터라 묘비만이 모여 있던 묘역에는 태극기와 꽃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기념식을 위한 무대 설치도 한창입니다. 까치는 묘비 사이를 날아다니며 반가운 손님을 맞으려는 준비를 하는 것같습니다.
현충원을 찾은 시민들이 짐을 정리하며 귀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비석 사이에 앉아 계시는 한 노신사가 보입니다. 조용히 앉아 무언가를 읽고 계십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고 그의 사연을 들어봅니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인 생활을 오래 하셨다는 노신사. 그는 월남전에서 전사한 친구의 묘비를 찾았다고 하시네요. 사관학교 동기생들이 단체로 순직한 동기생들의 묘소 참배를하는 날이지만 고인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달리 가까운 친구 사이였기에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 먼저 묘지를 찾았다고 합니다.
조금 후 차를 나눠 탄 노신사들이 하나 둘 모여 듭니다. 단체로 경례와 묵념으로 참배를 마친 이들은 고인의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습니다. 마지막 작전을 나갔다가 지뢰가 터져 순직했다며 안타까워 합니다.
한 자리에 모여 50여 년 전 먼저 떠난 동기생을 그리워 하는 노신사들. 이 분들을 바라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