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3>시민 90%가 담뱃갑 경고 확대 찬성
4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끊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담뱃갑 경고그림 면적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100명 중 63명은 ‘경고그림이 클수록 금연 효과가 클 것’이라는 취지로 담뱃갑의 70%를 뒤덮은 경고그림을 택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혐오감보다 더 중요한 건 담배를 끊게 하는 거 아닌가요? 가장 큰 경고그림을 선택한 이유예요.” 동아일보 취재팀은 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담뱃갑 경고그림 인식조사에 나섰다.
○ “경고그림 역겨워도 흡연보다는 낫다”
취재팀은 이날 ①경고그림 크기가 담뱃갑 면적의 30%인 현행 담뱃갑 ②50%인 담뱃갑 ③70%인 담뱃갑 ④70%에 담뱃갑 디자인의 규격·색상을 일원화한 ‘규격화 무광고 포장(Plain packaging)’ 담뱃갑 등 4종류의 담뱃갑 그림을 시민 100명에게 보여준 후 ‘담배를 끊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담뱃갑’을 고르게 했다.
담뱃갑 그림이 들어간 게시판을 세우자 사람들은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추고 네 가지 담뱃갑 중 하나를 골랐다. 그 결과 100명 중 9명만이 ①번 담뱃갑을 선택했다. ②번 담뱃갑을 고른 경우도 12명에 그쳤다. 경고그림이 너무 무서워 지금 크기도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반면 63명은 ④번 담뱃갑을 골랐다. 회사원 최영주 씨(31)는 “그림이 커질수록 혐오스럽지만 금연 효과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경고그림 크기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이 제도를 도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경고문구를 포함한 경고그림 면적이 50% 이하인 국가는 한국 칠레 스페인 아이슬란드 등 4개국뿐이다. 태국과 인도는 85% 이상, 호주와 뉴질랜드 우루과이 등도 80%를 넘는다.
복지부가 담뱃갑 경고그림 크기를 키우려는 이유다. 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아이코스와 글로, 릴 등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이 들어간다”며 “장기적으로는 담뱃갑에 브랜드 이름 이외의 로고, 색상, 브랜드 이미지, 판촉 정보 등을 넣지 못하는 ‘규격화 무광고 포장’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프랑스 영국은 이 제도를 시행해 흡연율을 낮추는 데 큰 효과를 봤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2017 청소년건강행태’ 조사를 보면 담뱃갑 경고그림을 본 청소년 10명 중 8명(83.1%)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 정부 조사 결과 경고그림은 흡연자의 금연 시도를 33%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비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확률을 12.5% 감소시켰다. 12월 교체되는 담뱃갑 경고그림 10종 역시 금연 효과뿐만 아니라 △비흡연자 흡연예방 효과 △담배에 대한 거부감 △주위 금연 권유 의향 등을 고루 평가해 선정했다
문제는 경고그림이 아무리 커져도 ‘꼼수’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에 가면 진열대에 담뱃갑이 뒤집어져 전시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최대한 가리려는 점주들의 조치다. 일명 ‘매너라벨’, 즉 경고그림을 가리는 스티커를 무료로 나눠 주는 편의점들도 적지 않다.
국내는 경고그림을 가리는 편법을 써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 40개국에서는 경고그림을 가리면 벌금 등으로 규제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선필호 책임연구원은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건강증진법 개정이 이뤄져야 경고그림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