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파문]‘승포판’ 보고서 “승진포기 판사 빅데이터 활용 감찰”, 일각선 “비판적 판사 타깃” 의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승진을 포기한 채 불성실하게 업무를 했던 이른바 ‘승포판’(승진을 포기한 판사)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려 했던 정황이 5일 추가로 공개됐다. 대법원의 정상적인 근태 관리로 볼 수 있지만 당시 사법정책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2015년 9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된 ‘문제 법관에 대한 시그널링 및 감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승포판은 △출퇴근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재판 업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며 △배석판사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행위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이런 일부 고참 법관의 직업적 나태함은 소장 법관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사법부 경쟁력의 급속한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법원행정처는 대응 방향으로 감찰활동 등 사법행정권을 적절히 발동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일부 승포판 가운데는 사건 처리율 등 외형적인 통계 수치는 양호하게 유지하면서 기록 검토와 판결문 작성 등 실질적인 재판 업무는 등한시하는 합의부 부장판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 법관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법원장 등의 사전 경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강도 높은 직무 감찰 △사무분담(재판부) 변경 △전보 등 인사 조치 △징계 등 조치를 단계별로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다만 “모든 법관을 상대로 전자적 모니터링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법관 내부의 반발과 동요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니 문제 법관에 대해서만 개별적, 예외적으로 심층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