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98개 문서파일 공개 “법무부가 관심가질만한 빅딜 카드”,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등 제시 사법발전委 11명중 7명 “수사필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15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체포 및 구속영장 제도를 이용해 법무부와 거래를 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장을 맡았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공개한 문건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 전략’(2015년 8월 작성)에는 ‘법무부가 관심 가질 만한 Big Deal(빅딜) 카드 제시’라는 항목이 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상고법원 도입 협의를 법무부와 하라는 얘기를 들은 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의 일부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서 협상 카드로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및 체포 전치주의 도입 △체포 후 계속 신병 확보 필요성 등 심사 △기소 전 보석제도와 함께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체포 전치주의는 구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체포가 선행돼야 하는 제도이고 영장항고제는 영장 기각 시 검찰이 상급 법원에 발부 여부를 묻는 제도다. 법무부와 검찰이 원하는 피의자 체포 및 구속 활성화나 그 반대 카드를 써서 법무부가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하도록 유도하려고 한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서 ‘영장제도 관련 통제 강화 시 (법무부에) 압박 카드 될 수도 있음’이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언론사 보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 전략’ 문건에는 ‘메이저 언론사 활용→조선일보 1면 기사 등’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날 안 행정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보고서에서 인용된 파일 90개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파일 5개 등 총 98개 파일의 전문을 공개했다.
또 법원 내부 및 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과 1시간 20분 동안 긴급간담회를 갖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한 위원 11명 가운데 의견은 9명만 개진했다. 이 중 2명은 검찰 수사와 대법원의 형사고발에 반대했고, 7명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7명 중 일부는 수사는 필요하지만 대법원의 고발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윤수 기자